지난달 26일 강원 철원 육군 6사단 사격훈련장 인근에서 유탄을 맞고 숨진 이모 일병 사고는 되짚어 볼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수두룩하다. 사격장 표적 위쪽에 이동로가 있었다. 총구가 약간만 올라가도 총알이 표적과 방호벽을 넘어 이동로를 향하게 돼 있는 구조였다. 사격훈련 당시에는 문제의 이동로를 통해 진지공사를 마친 부대원 28명이 걸어가고 있었다. 경계병이 배치됐지만 이동을 막지도 않았고 인솔한 소대장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가고 있었다고 한다. 희생자가 한 명이었던 사실이 기적이라고 해야 할 상황이었다.
어이없는 희생자가 발생한 배경에는 이해하지 못할 군의 작동방식이 놓여 있다. 표적 위쪽의 이동로를 옮길 생각을 한 지휘관은 한 명도 없었을까. 지금까지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까 앞으로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을까. 낙관이 지나쳐 경계병만 세워놓고 아무런 통제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것일까. 길 아래쪽에서는 실탄 사격훈련이 진행 중인데 귀에 이어폰을 꽂고 큰소리의 음악을 들으며 부대원을 이끌었던 소대장은 산책이라도 나온 기분이었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는 것 자체가 군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가 비정상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비정상은 필연적으로 비정상을 낳게 돼 있다. 군은 처음에 이 일병의 사망 원인을 도비탄(跳飛彈)이라고 했다. 나무나 돌에 맞고 튕긴 총알이 이 일병을 향해 날아갔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유가족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도비탄에 의한 사망’은 공식 결론으로 굳어질 수도 있었다. 군의 ‘눈 가리고 아웅’ 식 해명은 그동안 국민이 자주 접해온 해묵은 관행이었다. 일선 부대 차원의 사고일 때도 그렇고 고가의 첨단무기 도입 비리나 군사기밀 해킹 피해일 때도 그렇지만 밑바닥에 깔려 있는 비정상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