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예산 묵히는 정부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교한 사업 설계는 뒷전으로 밀리고 일자리 사업에 배정해 놓은 나랏돈은 쓰지도 못하고 묵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속도전에 힘쓰기 전에 현재 시행 중인 일자리 정책에 문제점이 없는지부터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홍보 부족 탓하는 정부
10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 청년이 쥐는 목돈을 1200만 원에서 1600만 원으로 400만 원 올렸지만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집행률은 일반회계 기준으로 지난달 13.1%에 그쳤다. 취업성공패키지 역시 예산 집행률(55.1%)이 올해 7월까지의 전체 평균(62.9%)에 못 미친다. 이 예산은 올해 안에 쓰지 못하면 모두 불용(不用) 처리된다. 지난달까지 두 사업에서 못 쓴 예산만 2600억 원이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 중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의 예산 감소분(1000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취업성공패키지의 청년 구직촉진수당은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이라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청년내일채움공제는 6개월이 지난 이후부터 투입되는 예산이 더 많아지는 구조라 연말에는 집행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회 통과 두 달 지나서야 집행
이러다 보니 정부가 기대했던 고용 창출 효과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추경으로 일자리 2만3500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8월 청년실업률(9.4%)이 1999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고용 시장 한파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땜질식 수정’에 나서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예산이 늘어날수록 재정 효율성이 떨어지고 내수 진작에도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