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곳 상공에서 많은 이가 미확인 비행물체를 목격했다는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 1982년 10월 13일자 6면.
1982년 10월 12일 이른 아침, 서울 관악구 봉천동. 빨래를 널던 송민지 씨는 하늘을 날아가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밝고 강한 노란 빛을 내는 3m 정도 길이의 원통형 물체였다. 이 물체는 서울대에서 봉천동 쪽으로 날아갔다.
비슷한 시간 부산 영도구의 오정운 씨도 버스 크기의 타원형 비행체를 목격했다. 이 물체는 밝은 빛을 내뿜으며 바다 쪽으로 날아갔다. 대구 달성공원에서 산책하던 박병기 씨가 괴 비행체를 본 것도 같은 시간이었다.
이날 이상한 비행물체를 목격한 사람은 수십 명에 달했다.
사실 이날 소식이 우리나라의 첫 UFO 목격 증언은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UFO 목격은 1952년 6·25 전쟁 때 미국 공군 조종사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동아일보 1982년 10월 13일자)
1966년 속초, 1967년 홍성에서도 목격담이 나왔고, 1973년 4월 충남 보령군의 한 초등학교 상공에 나타난 비행물체를 교사와 학생들이 목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의 증언은 “지역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고 비행물체에 관한 설명도 비교적 비슷한 것으로 보여져” 큰 화제를 모았다. 동아일보 기사는 이 흥미로운 소식과 함께 ‘UFO의 역사’ ‘UFO는 실재하는가’ 등의 내용을 더해 소개했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E.T.’(1982). 외계인과 지구인 소년의 우정을 그렸다. 동아일보DB
UFO를 봤다는 증언은 이어졌다. 이듬해 4월 18일에도 서울 상공에 나타난 비행물체가 카메라 필름에 포착됐다. 마침 영화 ‘E.T.’ 바람이 거셌던 때였다. 지구 밖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영화로 불붙은 상상력이 커지면서 UFO 목격담도 주목받았다. 1985년 10월에는 붉은 오렌지색 물체를 배경으로 각각 다른 빛깔의 작은 물체 4개가 나란히 비행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사진과 증언이 실리기도 했다(동아일보 1985년 10월 29일자).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