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북메시지 분석]본보-서울대 ‘폴랩’, 트럼프 北관련 발언 60건 심리학적 텍스트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은 얼핏 반복되는 ‘전임 행정부 탓하기’로만 보인다. 자세히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수치를 들며 과거 정책 실패를 강조하고 있다. 1, 2월 ‘나는 전 행정부로부터 (북한이라는) 난장판(mess)을 물려받았다’고 비판하던 표현과는 분명 다르다.
실제 동아일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성명, 인터뷰 및 기자회견, 트위터 등에서 나온 1∼9월 북한 관련 발언 60건을 데이터 저널리즘 기관인 서울대 한규섭 교수팀(폴랩·pollab)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9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분석력이 월등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텍스트에 숨은 감정을 분석하는 ‘심리학적 텍스트 분석 프로그램(LIWC)’ 분석 결과 1분기(1∼3월) 100점 만점에 49.35점이던 분석력은 3분기(7∼9월) 55.24점으로 올랐다. LIWC는 텍스트에 드러난 심리를 분석력, 자신감, 진정성, 긍정성 등에 따라 분석하는 도구로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이 대선 후보의 심리를 분석할 때 자주 활용한다. 본보는 LIWC 분석 결과에 대한 북한 전문가 10명의 해석을 종합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제대로 학습해 자신의 정책 방향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그의 발언도 더 이상 ‘막말’로만 볼 게 아니라 ‘내공 강한 경고’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외교부 차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부르기엔 상당히 논리적”이라고 평했다.
○ 자신감·진정성 하락, 군사옵션 망설이나
진정성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두고 보자’ 식 모호한 말로 북한에 ‘참모들이 막아도 언젠가는 공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표현은 오히려 워싱턴에서 ‘정치인다운 레토릭’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사회에 충격과 혼란을 덜 주면서 상대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은 8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두고 보자’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등 모호한 표현을 자주 쓰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레토릭이 진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 스스로 판세 유리하다고 판단
“(대북제재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이제 모든 국가가 함께 김정은 정권을 고립시킬 때다.”
막말에 묻혀 잘 드러나진 않지만 언어학적 분석에서도 점차 높아지는 긍정적인 톤이 감지됐다. 긍정성 점수는 실제 1분기 6.82점에서 2분기 1점으로 바닥을 쳤다가 3분기에 5.52점으로 회복되고 있다. 2분기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북한의 도발이 본격화됐을 때다. 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순조롭게 이행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대북정책을 잘 밀고 나가고 있다고 자평한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현재 판세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고 부정적 표현을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후원국인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톤을 높이고 있다.
조은아 achim@donga.com·한기재 기자
●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순)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범철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 △오준 전 주유엔 대사(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 △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황태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