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장 대변해 신뢰 두터워… ‘불화설’ 틸러슨 국무장관과 비교
워싱턴포스트(WP)는 헤일리 대사를 트럼프 대통령의 ‘메가폰’이라고 칭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북한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 미국의 인내는 무한하지 않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지난달 중순엔 CNN에 출연해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은) 말뿐인 협박이 아니다”라며 “외교 수단을 총동원하지만 미국이 자국과 동맹국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북한은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준 전 주유엔 대사는 “매주 워싱턴 각료회의에 참석해 대통령과 직접 업무를 협의하는 헤일리 대사가 트럼프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일리 대사가 강경 발언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산 것은 아니다. 별다른 대북정책 성과가 없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헤일리 대사는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을 두 차례 통과시키는 공을 쌓아 대통령의 신뢰를 얻었다. 한편으론 대(對)러시아 정책에 있어선 반(反)러 성향의 전통적 공화당 외교안보 정책을 계승하는 소신 행보를 보여 유엔 외교가의 호평도 얻었다.
대표적 비둘기파로 “더 터프해지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핀잔을 들은 틸러슨 장관은 구석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동아일보 LIWC 분석 결과에 비춰 볼 때, 대화를 우선시하는 틸러슨 장관이 겉으론 으르렁대지만 속으론 현실적 해결책을 물색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오히려 더 잘 반영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신만만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문제의 복합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현실적 (북핵) 대응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