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 사용 시기는 체제위기로 주민 학살하고 외부 군사개입 막으려할 때 핵으로 권력 지키려는 北엔 ‘공포의 균형’ 억지 적용 안돼 응징보복에나 쓸 전술핵 놓고 배치 논란하는 건 공허한 사치… 고성능 비핵자산 증강이 대안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첫째, 핵무장한 북한을 핵무기로 억지할 수 있을까?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은 김정은 체제가 내부의 변고로 존망의 벼랑 끝으로 몰렸을 경우다. 대량학살을 수반할 무자비한 진압 외에는 권좌를 지켜낼 방도가 없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김정은의 실존적 선택을 저지하고 좌절시킬 결정적 변수는 ‘양민 보호책임’이란 명분 아래 이루어질 외부의 군사 개입뿐이다. 핵무기의 위력으로 외세의 개입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김정은이 미국의 핵 보복이 두려워 천신만고 끝에 완성한 핵을 한 번 사용해 보지도 않고 권력을 순순히 내놓을 수 있을까.
김정은이 그럴 위인이 아니라면 모든 정상적 핵무장 국가에 적용되는 공포의 균형에 기초한 억지이론이 북한에는 적용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핵을 사용하면 모든 것을 잃고 사용하지 않으면 생존에 지장이 없는 나라들 간에는 상호확증파괴(MAD)에 의한 억지가 작동하지만 북한은 핵을 사용하지 않고도 망할 수 있고 핵 사용으로 오히려 망할 확률을 1%라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라는 점에서 다른 핵무장 국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북한 핵무장이 우리 안보에 던지는 본질적 문제도 유사시 억지가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셋째, 핵무기의 치명적 약점은 선제 사용이 불가능하고 사후 응징보복에만 사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과 인도 외에는 핵 선제 불사용 공약을 한 나라가 없지만 북한의 핵 공격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핵으로 먼저 공격하는 것은 정치적 도덕적으로 불가능하다. 문명세계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북한은 핵으로 선제공격할 수 있어도 한미 양국은 응징보복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응징보복에만 사용할 전술핵이라면 북한의 선제공격에서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곳에 두는 것이 낫다.
결론적으로 북한을 핵무기로 억지할 수 있다는 환상을 하루속히 버리고 억지가 실패할 상황에 대비하여 북한의 핵 사용을 거부하고 5000만 국민의 안위를 지킬 실질적 역량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북한의 군사 동향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정찰 자산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 준비 단계에서 제거할 킬체인과 선제공격에서 놓친 미사일을 막아낼 다층 방어망 확충에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북한의 핵 공격을 받은 이후 응징보복에만 사용할 미국 핵무기의 배치 장소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당면 안보위기의 본질과 동떨어진 공허한 사치다.
한미동맹의 강화를 통해 확장억지의 신뢰성을 높이되 미국의 확장억지 전력도 선제 사용이 불가능한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하고 그 대신 북한의 지하 핵미사일 시설 파괴에 더 효과적이면서도 자위권의 범위 내에서 선제 사용도 가능한 GBU-57과 같은 고성능 비핵 자산을 대폭 증강하여 전진 배치하도록 하는 것이 더 실속 있는 대안이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