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송림숲 살린 대안정화공법
충남 서천 바닷가를 따라 소나무 13만 그루가 늘어선 송림숲은 그 끝에 위치한 장항스카이워크(기벌포 해전 전망대·왼쪽)와 함께 이 지역 관광명소다. 한때 뒤로 보이는 장항제련소 때문에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됐었지만 2년 전부터 친환경 대안공법을 활용해 정화사업이 이뤄지면서 숲이 살아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2013년 정밀 조사 당시 이 지역 토양에선 독극물인 비소가 kg당 최대 491.6mg이나 검출됐다. 기준치보다 20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카드뮴이나 구리 납 니켈 아연과 같은 중금속도 많게는 기준치의 25배까지 검출됐다. 전체 오염 면적은 112만3673m²로 축구장 157개 크기에 달했다.
○ 국내 최초 ‘대안정화공법’ 실험
문제는 오염 정도가 심한 반경 1.5km 이내 지역이었다. 식물이 자라지 않는 땅은 흙을 직접 씻어내는 정화작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수령 60년 이상인 소나무 13만 그루가 자라고 있는 송림숲을 정화할 방법이 없었다. 숲을 갈아엎을 수도 있지만 13만 그루가 한 해 저감하는 온실가스만 1100t에 달했다. 토양오염을 줄이자고 대기오염을 늘릴 순 없었다. 더욱이 송림숲은 인근 ‘장항스카이워크(기벌포 해전 전망대)’와 함께 3년간 25억 원의 관광수입을 가져다준 효자 자원이었다.
송림숲에 다년초 송엽국을 심은 모습. 정화사업을 맡은 한국환경공단은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쳐 비소를 제거한다고 알려진 식물 10종 가운데 가장 제거율이 높은 2종(송엽국, 수크령)을 찾아냈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중금속을 잘 흡수하는 식물도 함께 심었다. 특히 비소 축적이 가능한 식물을 찾기 위해 식물 10종을 대상으로 온실에서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쳤다. 최종 결정된 식물은 비소 제거율이 가장 높은 다년초 송엽국과 벼과의 여러해살이풀 수크령이었다.
철산화물을 흙에 뿌려 중금속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활용됐다. 비소는 철과 결합력이 강해 철이 함유된 점토광물을 비소 오염토에 뿌리고 잘 섞으면 철에 묶여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비소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으로 날아가거나 이동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대안공법은 자연과 지역의 소중한 자원을 지킴과 동시에 비용도 절약했다. 기존 방식처럼 흙을 퍼와 정화시설에서 씻어내는 방법을 택했다면 이 지역 정화에만 모두 302억2600만 원을 쏟아 부어야 했다. 하지만 대안공법을 택하면서 비용을 164억3200만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적은 예산으로 숲을 그대로 살리면서 식생을 더 확대하고, 대기 질 개선에도 기여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대안공법을 실시한 지역 외 오염 부지 57만2463m²는 흙을 퍼와 세척하는 정화작업을 시행한다. 퍼온 흙을 기계에 넣어 자갈과 나뭇가지, 쓰레기 등을 걸러내고 물로 일일이 씻어내는 방식이다. 지난달 28일 방문한 정화공장에선 작업이 한창이었다.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사람은 관리 인력 몇 명만 눈에 띄었다. 굴착기가 자동화된 기기에 흙을 퍼 넣자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흙이 이동하면서 이물질들을 걸러냈다.
함께 공장을 둘러본 전병성 환경공단 이사장은 “장항 토양정화사업은 일제 잔재이자 근대 산업화의 부작용인 토양오염을 치유하고 중금속으로 오염된 불모지를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며 “특히 이번에 적용한 대안공법은 토양정화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천=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