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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재투표한다면”… 답변 피한 메이

입력 | 2017-10-12 03:00:00

작년 6월 투표땐 ‘잔류’ 택해… 방송 인터뷰서 “상황 계속 변해”
야당 “총리가 입장 불분명” 비판




“오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를 다시 한다면 탈퇴에 투표하시겠습니까.”

10일 영국 LBC 라디오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회자 이언 데일의 돌발 질문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는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엔 답변하지 않겠다”고 피했다.

사회자가 재차 질문하자 그는 “여기서 ‘잔류에 투표하겠다’ 혹은 ‘탈퇴에 투표하겠다’고 답을 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6월 브렉시트 투표 때만 해도 EU 잔류파였다. 총리가 된 이후에는 앞장서서 브렉시트를 추진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나는 그때(지난해 6월)만 해도 다양한 타당한 이유들 때문에 잔류에 투표했다. 그러나 상황은 계속 바뀐다. 나는 달라진 배경, 달라진 국제적, 경제적 여건에 처해 있다”며 답을 피했다.

EU 탈퇴를 추진하고 있는 영국의 수장이 정작 브렉시트에 대한 확신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영국 자유민주당의 조 스윈슨 부대표는 “총리조차 브렉시트에 대한 정부의 접근 방식을 확신하지 않고 있다는 게 정말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유럽 담당 장관을 지낸 크리스 브라이언트 노동당 의원은 “메이 총리는 마음속에서 브렉시트를 옳지 않다고 믿는다는 게 확실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의 하드 브렉시트 정책은 더욱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EU는 이번 주부터 5차 협상에 착수했다. 메이 총리는 EU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는 강경파와 절대 협상 결렬은 안 된다는 온건파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