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 파리 특파원
동정민 파리 특파원
노동 개혁에 반대하며 노동계가 벌인 9월 총파업 때 눈도 깜짝하지 않았던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도 10년 만에 최대 규모로 열린 공무원 총파업에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총파업 하루 전인 9일 “공공 분야 노동자들이 불공평하게 개혁의 타깃이 되는 일은 없다”고 공무원들을 달랬다.
프랑스 언론은 노동 개혁의 시동을 걸었던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엄두도 내지 못한 공무원 개혁을 마크롱 정부가 해낼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늘어만 가는 공무원 수를 줄이는 게 가장 큰 숙제다. 프랑스는 우파 공화당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 시절 딱 한 해(2011년)를 제외하고 공무원 수가 줄어든 적이 없다. 공무원 580만 명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많다. 그런데도 평균 노동시간은 지난해 1584시간에 그쳤다. 민간 노동자(1694시간)와 비교해도 100시간 이상 적다. 공무원의 결근 비율도 3.9%로 민간보다 높다.
국내총생산(GDP)의 57%를 차지하는 공공 분야를 줄여야 민간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게 마크롱 대통령의 지론이다. 그는 5월 대선 때 임기 안에 공무원 12만 명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관련 예산을 아껴 직업훈련과 스타트업 투자 등 경제 활성화에 쓰기 위해서다. 첫걸음으로 내년에 1600명을 줄일 예정이다. 그리고 임금을 동결하고 공무원의 사회보장세를 늘려 민간 분야와의 형평성을 맞출 방침이다.
공무원들은 발끈했다. 이들은 10일 총파업에서 “요트 대신 교사를 달라” “마크롱, 당신의 롤렉스 시계를 봐라. 이제 저항할 시간이다”라는 슬로건을 들었다. 투자은행 출신의 마크롱 대통령이 부자 위주의 정책을 편다고 비판한 것이다.
40만∼50만 명이 참가할 거라던 노조의 바람과 달리 이날 시위 참가자는 20만 명을 조금 넘었다. 그러나 16일 예정된 내년 공무원 연봉과 인원 최종 발표에 따라 추가 총파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