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다이어리알 공동 기획]10월 송이-능이버섯
‘버섯의 왕’이라고 불리는 송이와 능이버섯은 특징이 다르다. 송이가 ‘향’으로 먹는 버섯이라면 능이는 탱글탱글한 ‘식감’으로 먹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핫플레이스 5]
반찬으로 자주 올라오는 버섯이지만 송이와 능이버섯은 남다르다. 여름 더위와 맞바꿀 정도로 품은 영양이 대단하다.
○ 갓포이든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그 한가운데 자리 잡은 갓포이든이 최근 미식가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0월에는 뭐니 뭐니 해도 송이버섯. 북한산에서 채취한 송이만을 취급하는데 근래에는 작황 부진에 가격이 급등했다고 한다. 숯불에 직접 구워 먹는 송이 숯불구이에는 1등급 비장탄을 사용한다. 화력이 우수하고 오래 지속된다. 은은한 훈연 향이 송이에 깊게 배어 풍미를 한층 높인다. 송이 하나를 통째로 튀긴 송이버섯튀김, 갯장어와 함께 먹는 송이샤부샤부도 준비돼 있다. 세 가지 요리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코스도 있으니 눈여겨보자.
○ 용두식당
1992년 문을 연 송이버섯 전문점이다. 돌솥밥, 전골, 구이 등 다양한 송이 요리를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송이돌솥밥이 유명하다. 얇게 저민 송이가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여 있다. 송이를 먼저 먹어도 좋고, 함께 나오는 나물을 넣고 비벼 먹어도 맛이 훌륭하다. 밤, 대추, 은행, 호두, 콩, 솔잎, 약초 등을 활용해 조리했다. 이맘때 대량으로 채취한 뒤 급랭 보관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송이 요리가 가능하다. 송이 원가가 만만치 않아 돌솥밥 한 그릇이라 해도 가격은 꽤 비싼 편이다.
경북 봉화군 봉성면 다덕로 526-4, 054-673-3144. 송이돌솥밥 2만 원, 송이쇠고기구이 5만 원.
○ 홍보각
서울 중구 동호로 287 그랜드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 2층, 02-2270-3141. 송이전복(S) 8만8000원, 고법 불도장 9만9000원.
○ 용문 원조 능이버섯국밥
버섯국밥 전문점이다. 처음 가는 이들은 허름한 외관에 놀란다. 매장 내부도 외관처럼 정신없기 마찬가지다. 플라스틱 의자에 모두 모양이 다른 식탁들이지만 요리는 진짜다. 주인이 직접 산에서 따온 약초, 약재들이 천장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 대표 메뉴인 버섯국밥은 능이버섯과 느타리버섯 등을 기본으로 넣어 끓이는데 가을을 품은 버섯 향이 국물에 깊게 배어 속을 풀어주는 데 제격이다. 능이버섯전골도 있으니 여럿이 방문한다면 꼭 맛보길 권한다. 단, 음식 나오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경기 양평군 용문면 용문역길 12, 010-9386-0022. 능이국밥 1만 원, 능이버섯전골 1만 원.
입맛 까다로운 주부 고객들이 자주 찾는 집이다. 연잎밥이 주메뉴지만 가을에는 연잎밥과 더덕구이, 능이버섯찌개로 구성된 능이버섯정식을 많이 찾는다. 그중 능이버섯찌개가 일품이다. 다른 재료 없이 능이버섯에 두부만 넣고 끓여내는데 능이의 식감과 향이 마치 쇠고기를 씹는 듯 쫄깃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음식에 사용하는 된장, 고추장, 소금, 참기름 같은 장류와 양념들은 물론 반찬으로 내는 나물, 쌀, 잡곡까지 모두 전남 곡성 고향집에서 가져다 쓴다.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7길 52-23, 02-2202-9400. 능이버섯정식 2만 원, 연잎밥정식 1만 원.
▼ 흙 묻은 자루 끝부분만 살짝 도려내면 돼… 물에 오래 담가두면 향 날아가 ▼
●송이버섯 손질-보관 어떻게
헝겊으로 싸서 낱개 냉동보관… 맛-향 온전히 살릴 수 있어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은 기온, 습도 등 까다로운 생육 조건으로 인공재배가 힘들다. 둘 다 야생에서 자라고 채취된다. 몸값이 비싼 이유다.
국내 대표적인 송이버섯 산지는 강원 양양과 경북 영덕, 봉화 등이다. 특히 영덕은 전체 면적의 80%가량이 산으로 이루어진 덕분에 송이의 주요 생산지이기도 하다. 매년 열리는 영덕 송이장터가 올해도 9월 18일∼10월 17일 열리고 있으니 관심 있는 이들은 한번쯤 다녀와도 좋다. 산을 축소한 듯한 모양인 능이버섯은 맛과 향이 최고다. 송이가 ‘향’으로 먹는 버섯이라면, 능이는 탱글탱글한 ‘식감’으로 먹는다.
귀하신 몸인 송이와 능이는 어떻게 손질하고 다듬어야 할까? ‘갓포이든’의 박진원 수석셰프가 송이 손질법에 대해 설명해줬다. 송이는 땅에 박혀 흙이 묻은 자루의 끝부분만 칼로 살짝 도려내고 물로 먼지를 씻어내면 손질은 끝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얼마만큼을 자르느냐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양이 달라지니 최대한 가볍게 다듬기만 하자. 또 물에 오래 담가두면 송이 맛의 90%라고 할 수 있는 향이 날아가 버린다. 빠른 시간 안에 신속히 손질해야 한다. 버섯은 습기와 고온에 취약하다. 가정에서는 물기를 제거한 송이를 헝겊이나 키친타월에 낱개로 포장해 냉동 보관하면 맛과 향을 온전히 남길 수 있다.
능이는 향도 진하고 열이 많아 송이와 같은 통에 담아두면 물러진다고 하니 유의해서 보관해야 한다.
박 셰프는 가정에서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 몇 가지를 추천했다. 가장 맛있는 것은 살짝 익혀 먹는 것이다. 얇게 썬 송이를 불판에 올리면서 굽기 시작하는데 바로 뒤집어 반대편도 구워줘야 한다. 굽어진 송이가 다시 반듯해지는 그때가 가장 맛있게 송이를 즐길 수 있다. 즙이 꽉 찼을 때다.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튀김을 권한다. 송이를 가볍게 튀겨내 원래의 향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중요한데 함께 곁들이는 소스는 간장처럼 향이 강한 장류 대신 소금이 좋다.
능이버섯은 국물 요리에서 빛을 발한다. 능이를 넣고 백숙을 하면 국물이 시커멓게 된다. 보기에 생소할 수 있지만 일단 국물을 맛보면 진한 능이의 향이 우러난다.
※손쉽게 송이버섯 다듬고 보관하는 방법 그리고 맛있게 굽는 법 동영상(youtu.be/h5MWiZHBa4g)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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