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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선박-쓰나미 타고온 외래종, 토종 생물 위협

입력 | 2017-10-13 03:00:00

내성 없는 토종 생물 속수무책 당해… ‘돼지풀’ ‘등검은말벌’ 등 사람에 위협
우리나라 생물도 해외서 피해끼쳐




돼지풀(첫번째 사진)과 등검은말벌(두번째 사진)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대표적인 외래종이다. 돼지풀 꽃가루는 가을철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등검은말벌은 양봉 농가에 금전적 손해를 입히거나 인명 피해를 낸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부산 감만항 붉은불개미 출현 사건은 개미 떼를 사멸시켰다는 정부 발표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해외에서 들어와 우리나라에 피해를 끼치는 생물은 붉은불개미만이 아니다.

가을철 코를 간질이는 알레르기의 주범은 돼지풀이다. 쑥과 비슷한 잎을 가졌고, 늦여름부터 꽃을 피우는데, 이 꽃가루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다. 본래 북아메리카에 자생하던 식물인데 약 3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보이기 시작해 빠르게 전국으로 퍼졌다. 주변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게 하는 물질을 분비해 현재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돼 있다. 이 외에도 가시박이나 뉴트리아, 미국쑥부쟁이, 붉은귀거북 등 20종이 생태계 교란 종으로 지정돼 있다.

아직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위협이 크게 늘고 있는 외래종도 있다. 200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등검은말벌이다. 열대 지역에 사는 벌인데 중국 상하이에서 부산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봉 농가에서 많이 기르는 서양 꿀벌을 사냥하는 실력이 뛰어나 피해를 입힌다. 나무 위나 전봇대 등 사람과 가까운 곳에 집을 짓는 경우가 많다. 2015년 등검은말벌집을 제거하던 소방관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우리나라 생물이 해외에 나가서 피해를 끼치는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 토종 생물인 호리비단벌레가 대표적이다. 물푸레나무에 서식하는 곤충으로, 호리비단벌레에 내성이 없는 미국 물푸레나무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는 2년간 물푸레나무 1만4000그루를 자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외래종은 컨테이너선 같은 무역 선박을 타고 오는 경우가 많다. 등검은말벌의 경우도 상하이에서 부산으로 온 선박에 붙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붉은불개미 역시 선박이 화근이었다.

지난달 29일 과학전문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지진해일(쓰나미)로 생긴 쓰레기도 외래 생물을 유입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제임스 카턴 미국 윌리엄스대 교수팀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해양 쓰레기를 타고 일본 인근 해역에 사는 생물들이 하와이와 북아메리카 서부 해안까지 이동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거대한 지진해일 때문에 육지에서 발생한 파편이 바다로 흘러나와 해양 쓰레기가 됐는데, 이 해양 쓰레기를 타고 어류 2종, 무척추동물 235종 등이 이동해 왔다는 것. 연구진은 “인공 바다 쓰레기에 생물이 서식하며, 대양을 건너 이동할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