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 국정감사]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 공사를 지연시킨 개인과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구상권 행사) 피고 당사자의 74%가 강정마을 주민이 아닌 외부 시민단체 회원 등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입수한 정부 소송자료 등에 따르면 정부(해군)가 불법 시위로 발생한 손실금 일부(34억 원)를 물어달라고 지목한 개인 121명 중 90명이 ‘외부인’이고, 연루된 단체 5개 중 3개가 서울과 경기 등에 본부가 있는 ‘외부 단체’였다. 순수 강정마을 주민은 전현직 강정마을회장 등 30명이고, 도내의 자생 단체는 강정마을회와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두 개뿐이었다.
해군은 121명과 5개 단체를 불법행위 가담행위의 경중에 따라 4개 범주로 나눴다. 공사 방해 행위 전체를 기획하고 진행해 형사처벌까지 받은 이들을 ‘적극주도 지휘자’로 분류한 뒤 이들에게 31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렸다.
구상권 문제는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특히 동아일보가 “대통령사회혁신수석비서관실 산하 제도개선비서관실이 주관하고 국무조정실 실무팀이 논의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의 잠정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판 중이기 때문에 양측 변호인단 간의 협의와 조정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지 정부가 로드맵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국무조정실에 관련 팀이 있지도 않고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이날 국무총리비서실 및 국무조정실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거짓 해명”이라고 반박했다. 자료에는 “국무조정실 관계관이 대통령제도개선비서관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해 구상권 철회와 관련한 갈등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적혀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실질적 갈등 치유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고, 진전되는 대로 보고드리겠다”면서 청와대의 해명과 다른 답을 했다.
특히 문대림 대통령제도개선비서관의 언론 인터뷰도 논란이 됐다. 문 비서관은 제주도민일보(3일자)와의 인터뷰에서 구상권 철회 방안에 대해 “매주 관계부처 회의를 직접 주관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공약한 사항이고 이를 구체화해야 하는데 매우 어렵다. 많이 진행된 상태다. 아직 내용을 공개하기는 그렇다”고 밝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