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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전쟁 난다면… 사회 각 분야 대응 계획은?

입력 | 2017-10-14 03:00:00

[토요판 커버스토리]‘육해공’ 모든 교통시설 정부 통제… 현역병 복무 6개월 연장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지면 개인의 일상뿐 아니라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시스템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때를 대비해 분야별, 기능별로 치밀한 대응 계획이 마련돼 있다. 안보상 기밀을 제외하고 유사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보를 살펴봤다.》



● 軍, ‘전시특례’ 동원령 선포… 법무부, 경범죄자 일시 석방

치안·방재

전쟁이 발발하면 경찰은 상황실을 꾸린다. 기동대와 타격대 등 경찰 작전부대를 지휘하고 군과 협조해 각 지역을 방호한다. 전국에서 검문검색이 대폭 강화된다. 유치장 피의자들은 후방 경찰서로 보낸다.

소방은 시도별로 가동되는 통합방위지원본부의 지휘를 받아 화재 진압과 구조, 구급을 담당한다. 업무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화재 및 사고가 급증해 업무량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화재와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 시설을 우선 복구한다. 화재 진압에 필요한 물은 평상시처럼 전국 상수도를 활용한 16만4300여 소방용수 시설에서 확보한다. 소방용수가 부족하면 전국 3800여 개 하천(댐 560여 곳 포함)과 저수지 1만4300여 곳의 물을 끌어다 쓴다.

교정시설 재소자(지난해 말 기준 3만6479명)는 줄어든다. 구치소는 가벼운 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일시 석방한다. 법무부는 상황에 따라 재소자 관리를 △일시 석방 △전시 가석방 △후방 이감 등의 방법으로 나눴다. 일시 석방은 미결수 등 형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주로 진행된다. 사기와 횡령 등 석방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경범죄자가 대상이다. 전시 가석방 대상에 구체적 규정은 없다. 상황에 따라 교정본부에서 판단한다.

그러나 살인과 강도 등 중범죄자들은 풀어주지 않는다. 교도소는 인원을 줄이고 최소 관리 인원과 함께 후방 교도소로 중범죄자들을 옮긴다. 그 대신 재소자 즉결 처형은 없다. 재소자를 병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참전 군인들은 최소한의 애국심을 가져야 하는데, 재소자들에게 총기를 지급했다가 민간인을 해치는 등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병역법 ‘전시특례조항’에 따라 동원령이 선포되고 병력의 징·소집과 복무기간 연장 등의 비상조치가 이뤄진다. 현역병은 복무기간이 6개월 늘어나고, 현역과 보충역(사회복무요원 등), 예비군을 포함한 모든 병역 의무기간도 40세에서 45세로 바뀐다. 상근 예비역과 일부 보충역은 현역 징집 대상으로 바뀐다. 필요시 전·후방 전장지역으로 투입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 장기화땐 전기-가스 공급제한… 석유는 108일 넘게 버텨

에너지

전쟁 중에도 최소한의 생활을 이어가려면 에너지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에너지 공급 체계의 안전이 중요한 이유다. 일단 유사시에도 정부는 일상생활뿐 아니라 산업활동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전기를 공급한다. 전력 생산 설비 및 송배전 시설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민간의 전기 사용은 큰 차질이 없다.

상황이 심각해져 인력 부족, 생산시설 파괴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 우선 가정 공급이 제한된다. 군대와 핵심 행정기관, 군수물자 생산 공장 등이 전력 공급 우선순위에 있다. 만약 발전소와 변전소 정유시설 등 ‘국가 중요 시설’이 공격받게 되면 긴급 복구 때까지 전력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발전시설 복구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물자를 비축하고 있다.

도시가스는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시설이 파괴되지 않는 한 공급이 끊기지 않는다. 휴대할 수 있는 액화석유가스(LPG)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LPG는 정부가 아닌 제조업체들이 관리한다. 업체들은 생산량은 물론이고 비축 물량도 비교적 충분한 편이다. 다만 전시 상황이 길어지면 배급제로 전환할 수 있다.

휘발유와 경유처럼 차량과 난방 등에 필요한 유류는 기업이 판매하면 평상시처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원유 수입과 정제가 어려워져 가격 폭등은 피하기 어렵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1억4600만 배럴의 비축시설에 약 9500만 배럴을 저장하고 있다. 현재 소비 수준에서 108일 동안 수입 없이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충돌 지역이 확대되거나 장기화하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판단에 따라 배급제로 바뀐다.

수돗물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급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특별한 발표나 공지가 없으면 평소처럼 사용할 수 있다. 지자체들은 자체적인 대응책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는 생화학전 등을 대비해 24시간 운영되는 수질 자동감시시스템과 생물경보시스템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한다. 물벼룩의 움직임으로 오염도를 측정하는데, 물이 조금만 오염돼도 반응하기 때문에 오염 여부를 즉시 판단할 수 있다.

한강과 같은 상수원에 독극물이 살포됐을 경우 소량은 정수 처리 과정에서 걸러낸다.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에 8t 트럭으로 4만 대 이상 분량의 독극물을 부어야 일반 가정에 치사량의 독극물이 유입된다. 한강이 오염되면 배수지에 저장된 물로 14시간 이상 버틸 수 있다. 배수지가 공격을 받으면 유입·유출밸브를 잠그고 비상관로를 연결해 물을 공급한다.



● 이동기지국 등 통신망 확보 최우선… KBS에 방송우선권

통신·방송

현대 사회에서 통신은 가장 중요한 국가 기간시설이다. 개인의 일상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 모두 대부분의 업무가 통신 시스템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상상황 때 통신 관련 시설은 가장 중요하게 보호돼야 할 곳이다.

적(敵)의 공격으로 일부 통신기지국, 케이블 등이 파괴되면 일부 설비만으로 감당해야 한다. 유·무선 통신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사들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정상적인 통신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통신 장애가 발생한 지역에는 우선 이동기지국이 긴급 투입된다. 피해 범위와 복구 중요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복구한다. 국가안보, 재해구호 및 행정기관, 방위산업체 및 정부투자기관, 학교 및 주민대피시설 등의 순서로 복구가 이뤄진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의 유·무선 통신 서비스는 이중 삼중의 대비책을 갖추고 있다. 평상시에도 시설, 전송 경로 등에서 우회로(백업망)를 확보하고 있다. 백업망까지 공격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통신 서비스는 큰 차질 없이 제공된다.

통화량이 폭주하면 미리 확보한 예비 용량을 동원해 최대한 통화 품질을 유지한다. 평소에는 실제 처리할 수 있는 통신 용량의 30% 정도만 사용한다. 통신사는 처리 용량(트래픽)이 최대치에 이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

전쟁 중에는 KBS가 취재, 보도 등에서 우선권을 확보한다. 방송법 43조에 의해 국가기간방송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국방부 등 정부에서 발표하는 모든 정보는 KBS에 우선 제공된다. 다른 방송사는 KBS 보도를 기반으로 주요 소식을 전해야 한다. 정부와 KBS는 보도 방송이 중단되지 않도록 주요 시설물 이동 등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국가 운영과 관련한 각종 행정정보는 안전한 곳으로 옮겨진다. 대전과 광주에 있는 행정안전부 소속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센터에 이들 정보가 저장돼 있다. 행안부는 센터가 시설 파괴 등 위기 상황에 내몰리면 차량, 항공기 등을 이용해 전산시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임시 센터를 운영한다.

세계적으로 전쟁이 발발할 때마다 박물관과 문화재는 수난을 당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시 유물을 안전한 수장고로 옮기는 등 유물 보호 대책을 갖고 있다. 동산과 부동산 문화재뿐 아니라 매장 문화재, 천연기념물, 국가무형문화재, 세계유산 등 모든 문화재가 대상이다. 차량과 철도 항공기 등을 활용한 이전 방안이 마련돼 있다. 6·25전쟁 당시 정부는 1950년 11월 박물관과 미술관의 주요 유물들을 군용열차를 활용해 부산으로 옮겨 북한의 탈취 계획을 좌절시켰다. 



● 대형병원 100여곳 동원 부상 군인들 우선 치료, 민간치료 800곳도 지정… 항공편 출국 원천봉쇄

의료·교통

전쟁 때는 평상시와 비교해 제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약을 받기 어렵다. 특히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만성 질환으로 정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더욱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작은 동네 의원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전쟁으로 동원령이 내려지면 의료기관별로 치료 대상이 정해져 있다. 아무 병원을 찾았다가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전시 의료기관들은 △군인 △공무원 △민간인 등 치료 대상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전투에서 부상한 병력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주요 대형병원 100여 곳은 군 병원이 된다. 이곳에 입원 중인 환자는 민간 치료를 맡는 병원으로 옮겨진다. 공무원 치료를 담당하는 병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 힘든 중환자는 예외다. 병상의 10%까지 기존 입원 환자가 계속 머무를 수 있다.

민간인 치료를 담당하는 병원은 전국 800여 곳이다. 군병원으로 전환되는 의료기관은 주로 대형병원이지만 민간인 대상 병원은 대형병원부터 의원급까지 고루 지정돼 있다. 전쟁이 시작되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치료가 가능한 민간 병원을 안내한다. 현재 서울에서는 군 치료 병원 10여 곳과 민간인 치료 병원 150여 곳이 지정돼 있다.

시중 약국 대부분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의약품을 구하려면 민간 치료 병원으로 찾아가야 한다. 전시에는 의약분업이 중단된다. 병·의원에서 바로 처방과 조제를 한다. 약국도 의사의 처방 없이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평소처럼 모든 의약품을 구할 순 없다. 동원령이 내려지면 제약사들은 정부가 정해놓은 의약품부터 생산한다. 필수 의약품부터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감기약, 해열제처럼 가벼운 질환에 필요한 의약품 생산은 멈출 가능성이 크다. 만약 지정 의료기관이나 제약사 등이 전시에 정해진 역할을 하지 않거나 거부하면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공항 철도 도로 항만 등 모든 교통시설은 정부와 군의 통제를 받는다. 공항은 폐쇄되고 운영권은 공군에 이관된다. 민간은 공항을 이용할 수 없어 항공기를 이용한 출국이 봉쇄된다. 다른 교통시설도 마찬가지다.

여행, 출장 등으로 해외에 체류 중인 국민들은 해당 국가의 재외공관을 통해 전파되는 안전 지침을 따라야 한다. 재외공관은 병역 대상자 송환 등 전시 국민들의 이송을 맡는다. 비자 만료, 항공편 취소 등으로 본국 송환이 어려울 때는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해 주재국 정부에 특별 협조를 요청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해당 국가 정부에 요청해 재외국민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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