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하면 대부분 세계유산을 떠올린다. 바로 이 세계유산을 둘러싼 문제로 조직이 휘청거리고 있다. 2015년 7월 일본은 강제징용 조선인들을 동원해 해저 석탄을 캐냈던 군함도가 근대 산업혁명 유산이라며 한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화유산에 등재시켰다. 유네스코는 “강제노역을 인정하라”는 권고를 붙였으나 일본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에 두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낸다는 이유로 걸핏하면 분담금을 무기로 휘두르는 일본이다. 2년 전 중국 난징대학살의 기록유산 등재에 반발해 분담금을 보류하더니 올해도 지급을 미뤘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막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일본보다 두 배 이상의 돈을 내는 최대 후원국 미국은 내년 말 유네스코를 탈퇴한다고 12일 공식 발표했다. 1984년 ‘소련 편향’과 방만한 운영을 이유로 탈퇴했다 2002년 복귀했으니 두 번째 탈퇴다. 이번의 탈퇴 이유는 유네스코가 7월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의 성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재하는 등 ‘반(反)이스라엘 성향’을 드러냈다는 것. 이스라엘도 뒤이어 탈퇴를 선언했다. 유네스코 측은 “유엔이라는 가족과 다자주의에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