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신태용 “왜 이런 사태가…” 김호곤 “그만 둘 때 아니다”

입력 | 2017-10-16 05:45:00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공항 항의시위 피해 축구회관서 회견

#장면 하나. 2014년 6월 30일 이른 아침,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국가대표팀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하자 일부 팬들이 기다렸다는 듯 엿을 던지며 조롱했다. 이들은 ‘너 땜에 졌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었다. 이 팬 카페는 사실상 휴면상태다.

#장면 둘. 유럽 원정 2연전을 마치고 10월 15일 귀국한 국가대표팀 신태용(47) 감독은 공항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축사국(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일부 회원들의 항의시위로 대한축구협회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으로 장소를 옮겨 기자회견을 열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격려와 위로는 없었다. 9월 23일 개설돼 2200여명이 회원가입(10월 15일 오후 4시 기준)한 ‘축사국’ 회원 5명은 ‘문체부, 축구협회 비리 조사하라’,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성명서를 돌렸다. 갑작스런 휴일의 기자회견이 열린 축구회관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정·후문이 잠겨 참석자들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간단한 보안절차를 밟고 출입했다. 돌발 상황을 대비한 안전 조치였는데, 이마저 ‘소통 거부’로 포장됐다.

김호곤 기술위원장. 스포츠동아DB


한국축구는 뒤숭숭하다. 모든 출발은 ‘히딩크 논란’이었다. 노제호 사무총장의 카카오톡 메시지 한통이 진원지였다. 여기에 최근 A매치에서 2무2패를 기록한 태극전사들의 부진이 활활 불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원정 2연전을 마친 뒤 독일에서 2명의 외국인 코치를 면담하고, 러시아에서 베이스캠프를 돌아보느라 귀국이 늦어진 신 감독과 김호곤(66)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부회장)은 내내 불면의 밤을 보냈다. 노 총장이 출석한 13일 국정감사 소식도 모스크바에서 전해 들었다.

김 위원장은 오래 전 러시아 출장이 예정됐음에도 ‘켕기는 구석이 있어 불참했다’는 구설수에 올라 있다. 많은 축구 인들은 “월드컵 본선준비에서 베이스캠프 선정은 최우선 준비다. 후보지 물색과 선정이 얼마나 치열한지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 위원장의 국정감사 출석요구는 한참 뒤였다. 신 감독은 “11월(국내 평가전)부터는 더 진취적인 모습으로 월드컵에 대비 하겠다”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끊이질 않은 ‘히딩크 모시기’온라인 여론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 컬러를 포기하고 월드컵 진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는데 대체 왜 이런 사태가 빚어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많은 매를 맞더라도 월드컵 본선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대표팀을 응원해 달라”고 했다. 노 총장의 문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히딩크 논란’ 적폐세력으로 몰린 김 위원장도 마이크 앞에 앉았다. “평생 축구를 하면서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의중도 직접 확인됐다. 더 이상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책임을 지고 그만둘 일은 아니다. 최종예선은 모험을 걸 수 없고, 평가전은 준비 과정이며 최상의 전력도 아니었다. 만약 내 역할이 필요 없고, 보탬이 되지 않으면 당연히 그만두는 게 맞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질의응답을 하던 중 “솔직히 가족에게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말도 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몇몇 과격한 사람들은 고 조진호 감독을 거론하며 “신태용, 김호곤은 왜 죽지 않느냐”는 상상도 못할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누군가를 헐뜯고 비난하기 위해 고인의 명예까지 짓밟는 행위는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다. 이 때문에 가족과 지인들은 상상도 못할 상처를 입었다. 오직 비난을 위한 비난만이 가득한 오늘의 한국축구는 아직도 15년 전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월드컵 본선까지는 이제 고작 8개월여 남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