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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수염털 등 붓으로 사용되는 털 100가지 넘어

입력 | 2017-10-16 03:00:00


곽종찬 명인 집안은 전북 완주군 상관면에 살면서 조부 때부터 붓을 만들어 왔다. 그의 부친(곽준필)도 붓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때만 해도 붓은 필수 생활 도구였다. 아버지가 며칠 동안 붓을 팔러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붓이 들어 있던 상자는 돈으로 가득 찼었다. 그만큼 생활도 넉넉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할아버지가 붓 만드는 걸 거들었다. 대대로 이어 온 전통 붓을 만들면서도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컸다. 군대 가기 전 만들어 인기를 끈 ‘사동고리’가 대표적이었다.

젊어서 번 돈은 아내의 병구완에 모두 쏟아 부었다. 1990년대 이후 붓을 찾는 사람이 줄면서 노동판에도 나갔다. 하지만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붓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의 특기는 장액 붓이다. 장액은 암노루 겨드랑이 털이다. 암노루 겨드랑이 털은 끝이 가늘면서 길고, 부드러우면서도 질기다. 끝이 닳아도 계속 쓸 수 있다. 지금은 암노루 털 구하기가 어려워 양모와 말꼬리 털을 주로 사용한다.

붓으로 사용되는 털은 100가지가 넘는다. 소의 귓속 털, 닭의 솜털, 족제비 꼬리털(황모필), 쥐 수염털(서수필)은 물론이고 대나무를 섬유처럼 잘게 쪼개 붓을 만들기도 한다. 아기의 배냇머리를 잘라 만든 배냇머리 붓(태모필)은 출산 기념 소장품으로 요즘도 가끔 제작 주문이 들어온다.

서예를 하는 사람들도 값싼 중국산을 찾는 현실에서 한 달에 팔리는 붓은 기껏해야 다섯 자루 미만. 그는 자구책으로 붓을 크기별로 장식용 액자에 넣거나 대나무 뿌리를 활용한 붓걸이 장식품을 만들어 판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제자(진영일 씨)를 받아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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