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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초저가 마트 ‘리들’ 진열대 90%가 PB상품

입력 | 2017-10-16 03:00:00

상품 종류 적지만 가격-품질 만족
세계 3위 식품유통업체로 성장




PB상품 빼곡한 ‘리들’ 올해 6월 개장한 볼로냐 리들 매장. 기존 리들 점포와 달리 깔끔한 진열로 고급화를 꾀했다. 매장 벽면에 자체브랜드(PB) 상품의 로고가 그려져 있다. 볼로냐=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탈리아 밀라노 도심에 위치한 슈퍼마켓 리들 매장은 남달랐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길들여진 한국인 소비자의 눈으로 보면 진열 방식이 엉망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종이 상자에 물건이 그대로 놓여진 채 진열돼 무성의해 보이기까지 했다. 약 7m 길이의 디저트 판매대에서 자체브랜드(PB)가 아닌 제품은 네슬레 제품 딱 한 가지였다. 나머지 수십 가지는 모두 리들의 PB였다. 리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는 배경이다.

매장에서 만난 폴란드계 대학생 유스티나 시몬스카 씨(22)는 “학교에 다니느라 너무 바쁜데 리들은 선택의 폭이 적다. 믿을 수 있는 제품만 있고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 리들에서 주로 식료품을 산다”고 말했다.

리들은 경쟁사 알디와 함께 일반 브랜드보다 20∼50% 싼 PB 상품을 주로 팔아 미국과 유럽에서는 하드디스카운트스토어(HDS)로 불린다. 90% 이상이 PB고 상품 수는 일반 마트의 10분의 1 수준이다.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최근에는 질 좋은 유럽산 와인, 치즈, 피자, 햄 PB를 앞세워 품질까지 높였다. 리들의 PB 와인은 지난해 국제 와인&주류 품평회에서 실버 아웃스탠딩 메달을 땄다.

최근 개장한 리들 볼로냐 점포는 고급화에 좀 더 다가갔다. 프랑스산을 파는 PB ‘뒤크 드 쾨르’, 이탈리아산 식품 위주의 ‘이탈리아모’ 등이 인기가 높다고 했다. 매장에서는 이탈리아산 재료를 갖고 직접 빵을 굽고 있었다. 리들 이탈리아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품질의 PB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오래된 매장의 리뉴얼에도 힘쓰고 있다”고 했다.

리들과 알디는 유럽에 이어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2020년까지 미국에서 알디, 리들 같은 HDS가 매년 8∼1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통적인 대형마트 성장률의 5배 수준이다. 이미 리들의 모그룹인 슈바르츠그룹은 식품 유통기업 중 미국 월마트와 프랑스 카르푸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유지윤 KOTRA 밀라노무역관 연구원은 “이탈리아 유통망은 폐쇄적이라 해외 기업이 진출하기 쉽지 않다. 리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현지 소비자들을 빠르게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볼로냐=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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