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북한과) 협상해 뭔가 일어날 수 있다면 나는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협상 이외의 것이 진행될 경우에도 준비가 다 됐고,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인증할 수 없다고 선언한 직후에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여러 차례 협정을 위반했다며 핵협정 준수에 대한 인증을 거부함으로써 의회에 제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이란과 함께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목하고 지속적인 제재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인증할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이란과 북한을 한 묶음으로 보는 그의 시각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2년 전 타결된 이란 핵협정은 핵개발 중단과 경제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전형적인 ‘동결 대 보상’ 합의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이래 북한과의 핵협상에도 적용된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합의가 불량국가의 불법 행동을 숨길 시간만 준 “역대 최악의 합의”라고 비판해 왔다. 그는 “이란이 북한에 돈을 대고 있다”며 이란-북한의 핵무기 거래 의혹도 제기했다.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이란보다 훨씬 많은 것을 원할 게 뻔하다. 북한은 당장 핵무기 포기를 전제로 한 어떤 협상에도 응할 수 없다는 태도다. 미국과 협상을 하더라도 기존 핵·미사일은 인정받고 향후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한미 연합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같은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 불인정 선언으로 앞으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더라도 이란 핵협정 같은 방식은 결코 안 하겠다는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물론 북한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은 협상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그 협상은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북한이 한 달 넘게 도발을 자제하는 것도 전략폭격기 B-1B 편대의 한반도 전개 같은 군사적 억지력이 먹히고 있다는 방증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한 최고의 압박을 통해 북한을 끌어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는 갈수록 확고해지고 있다. 북한은 이런 미국의 정책 기조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정부 일각의 북핵 동결론도 한미 간 불협화음만 낼 뿐 더는 설자리가 없음을 새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