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조직원들 ‘안전한 퇴각’ 협상… ‘외국인 전사’ 처리 놓고 이견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이 ‘이슬람국가(IS)’가 2014년 6월부터 수도로 삼아온 시리아 락까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집중 공습을 당해 세력이 크게 약화된 IS 조직원들의 탈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이라크 모술 탈환에 이어 락까에서도 IS를 몰아내면 IS는 사실상 지도에서 사라지게 된다.
14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연합군 등 반(反)IS 진영은 최근 락까 내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IS 조직원들의 철수를 허용하는 협상을 진행했다. IS는 락까를 더 이상 장악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안전한 퇴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락까에는 IS 조직원이 300∼500명 남아 있고 이들은 최대 4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여성과 어린이를 인질로 데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락까에서 저항 중인 IS 조직원 중 외국인 지하디스트들의 처리 방법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락까시민위원회(시리아 민주군이 락까 일부 지역에서 IS를 몰아낸 뒤 구성한 기구)의 오마르 알루시는 “외국인 조직원들도 (철수 관련) 협상에 포함됐다”고 말했지만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 민주군(SDF) 측은 “외국인 전사들은 항복 외에는 나올 수 없다”고 전했다.
시리아 안팎에서는 락까 탈환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IS 조직원들의 숫자도 줄었고 탄약 등 무기도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락까 탈환 뒤 미래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가 많다.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시리아에서도 IS 잔당 척결을 위한 전투는 상당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또 락까를 비롯한 IS 점령 지역들이 워낙 심하게 파괴돼 복구 작업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지뢰와 부비트랩(위장폭탄) 제거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거점지를 잃은 IS 조직원들이 정세가 불안정한 중동 국가, 아시아, 아프리카로 대거 흩어지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IS란 거악을 없애기 위해 손을 잡았던 SDF 참여 세력 간 갈등이 벌어지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 합의’ 파기 시사로 IS와의 전쟁에서 크게 기여해온 이란 정세가 혼란스러워지는 것도 잠재적 위험으로 꼽힌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