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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트러플 버섯의 신비

입력 | 2017-10-16 03:00:00


검정 트러플 버섯(오른쪽 사진)과 이 버섯을 곁들인 파스타.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가슴을 뚫을 듯한 상쾌한 공기와 사각사각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 노랗고 빨간 단풍잎 사이로 비치는 빛의 향연 속에 마법의 결실이 눈앞에 펼쳐지는 계절은 가을이다. 1년 중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일들을 목격하기 위해 오솔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 자태를 뽐내는 버섯들을 만나게 된다.

버섯은 야채로 분류하지만 식물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균사체다. 특히 요즘에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다양한 색상의 과일과 야채를 먹어 비타민과 미네랄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무채색을 가진 버섯의 가치를 알면 놀랄 것이다. 지방과 열량은 낮고 식이섬유의 함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B와 함께 식물 중 유일하게도 비타민D를 함유하고 있다. 생것 그대로 먹어도 좋지만 특히 표고버섯의 경우 말리면 영양과 항산화 성분 함유량도 높아진다.

버섯은 주방의 단골손님이다. 감칠맛 ‘우마미’라 표현하는 깊은 맛을 낼 때에도 마른 버섯을 우려낸 국물을 사용한다. 동서양 요리 구분 없이 많이 쓰이지만 채식주의 식단에서는 빠질 수 없는 재료이다. 수프, 파스타, 리소토와 오믈렛 등 고기와는 더욱더 잘 어울리는 재료이다.


중국, 한국, 일본이 주산지인 자연송이의 은은한 향과 맛은 프랑스, 이탈리아가 주산지인 트러플과는 또 다르지만 이 고가의 트러플을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트러플은 그것을 제대로 된 날것으로 또는 요리로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무엇과 비슷하다고 표현할 수 없는 고유하고 새로운 맛, 아니 신비한 향을 체험한다. 흰색과 검은색 트러플 등 두 가지로 크게 분리되며 같은 크기라도 흰색이 3배 이상 비싸다. 희소가치에 의해 갈수록 고가에 경매되고 있다.

요즘 같은 가을철 프랑스와 이탈리아 주방에서는 트러플을 준비해 두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어쩌다 요리에 대해 불평하는 손님이 생기면 트러플소스 또는 생트러플을 얇게 포 뜨거나 갈아 요리에 얹어 내놓곤 한다. 주방에서 간직하고 있는 최상의 무기이기도 하지만 트러플의 위력에 안 넘어가는 손님도 없다.

트러플은 땅속에서 자라는 버섯이다. 나무와 공생하면서 자라고 천둥, 번개가 많았던 해에는 풍년이라는 얘기가 있기도 하지만 눈에 전혀 띄지 않기에 채취가 어렵다. 예전에는 돼지를 이용해 채취했는데 발견 즉시 먹어 버리는 까닭에 영특한 사냥개를 훈련시킨 후 채취한다.

트러플은 정력제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 계기는 나폴레옹과 프랑스의 유명 미식가 브리야사바랭(1755∼1826)에 의해서다. 나폴레옹은 트러플을 먹고 아이를 낳았다는 얘기가 전한다. 특히 “네가 먹는 것이 바로 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브리야사바랭은 “트러플 향을 맡는 순간 모든 것을 잊게 한다. 향은 다른 세상으로 이끌며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서술해 마치 환각제처럼 소개했다.

20년 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9월 초 이른 아침 우리 부부가 산책을 나갔다가 개와 함께 지나가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나는 몇 마디 배운 이탈리아어로 인사말을 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흙덩어리 같은 무엇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건 트러플이었다.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음식, 트러플! 아마도 너무 작아 팔 수는 없을 것 같은 크기였지만 그 할아버지는 미소를 남기고 진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