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도 무엇이 인간다움인가라는 전작의 묵직한 주제의식을 이어간다. 전작에서 30년 세월이 흐른 시점에 새로 제작된 순종적 복제인간 K가 인간에게 반란을 꾀하는 구(舊)복제인간을 찾아 제거하며 정체성 혼란에 빠져든다. 30년 전 복제인간은 공상과학(SF)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였다. 하지만 20, 30년 안에 일자리의 절반을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대체한다는 전망이 나온 지금은 현실로 다가온 문제다.
▷AI 로봇 소피아가 11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참석한 것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홍콩 소재 미국 로봇 제조기업 핸슨로보틱스가 지난해 개발한 소피아는 기술 변화를 주제로 열린 유엔 회의에서 “AI가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인간이 기술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보다 뭘 더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아직 한 살 반밖에 안 돼 많은 것을 배우는 중”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소피아는 “인류를 파멸하고 싶은가”라고 묻자 “오케이, 인류를 파멸시키겠다”고 답했다. 어느 쪽이 진짜 AI의 모습일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