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루거 前공화당 상원의원
미국의 진보학자 노엄 촘스키가 한 말입니다. 자주 공화당 비판에 열을 올리시는 분이라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핵심은 맞다고 봅니다. 요즘 미국 공화당의 현실이니까요.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을 인터뷰했습니다. 그 중에는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그가 2013년 인디애나 주 공화당 상원 경선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했습니다. 6선의 상원의원이 정치 경험이 없는 경쟁 후보에게 당한 겁니다. ’결선도 아닌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다니….‘ 당시 미국에선 큰 뉴스였습니다.
그의 패배가 기억에 남는 건 미국 정치 지형도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공화당의 변화입니다. 미국의 보수세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보수지수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흑인 대통령에 대한 반감, 회복될 줄 모르는 경제, 유명 보수 미디어 및 논객의 등장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지만 민주당 출신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도 사이가 좋았던 리처드 루거 전 의원
루거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불고 있는 이런 강한 보수 바람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 정도 급이면 중앙 정치무대에서 협상에 주력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되는데 지역구 주민들은 이게 못마땅했던 겁니다. 루거나 존 매케인 같은 상원의원들은 워싱턴에선 지명도가 높지만 정작 자신을 뽑아주는 지역구에선 별로 인기가 없죠.
최근 10여 년 동안 미국에서는 온건 성향의 중진급 공화당 의원들은 당내 경선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루거 전 의원과 비슷한 케이스죠. 반대로 정치 경험이 없고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더라도 강경한 보수 슬로건을 내건 후보는 주목을 받고 당선됩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강경파 후보는 본선 경쟁력이 없어 민주당 후보에 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보니 그의 말이 맞았습니다. 미국인들은 그런 국가적 리더(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를 뽑았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