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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원로배우 김보애씨

입력 | 2017-10-17 03:00:00

한국 최초 화장품 모델… 1960년대 은막 스타




고인과 딸 고 김진아가 출연한 영화 ‘수렁에서 건진 내 딸’. 청소년기 딸 유리와 부모 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영화다. 동아일보DB

원로배우 김보애(사진) 씨가 14일 오후 11시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은 지난해 12월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투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라벌예술대 연극학과를 졸업한 뒤 1956년 영화 ‘옥단춘’으로 데뷔했다. 이후 ‘고려장’(1963년) ‘부부전쟁’(1964년) ‘종잣돈’(1967년) 등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영화 ‘수렁에서 건진 내 딸’(1984년)에서는 2014년 세상을 뜬 차녀 김진아와 모녀로 출연했다. 서구적인 외모의 그는 한국 배우 최초로 화장품 모델에 발탁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인은 연기자 가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59년 당대의 톱스타로 ‘스크린의 신사’라 불린 14세 연상의 배우 김진규(1923∼1998)와 결혼해 1남 3녀를 뒀다. 막내아들 김진근도 배우로 활동해 왔다. 연기자 출신의 한국무용가 김보옥이 고인의 동생이고 배우 이덕화가 제부다.

고인은 연기뿐 아니라 시집을 출간하고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했다. ‘슬프지 않은 학이 되어’ ‘잃어버린 요일’ 등 시집 4권을 출간했다. 김진규의 연기인생과 영화계 풍토를 담은 에세이 ‘내 운명의 별 김진규’와 서울 광화문에서 고급 한정식집을 하면서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담은 ‘죽어도 못 잊어’를 펴내기도 했다. 고인은 김진규와 이혼했지만 그가 투병생활을 시작하자 보살피며 임종을 지켰다. 2000년에는 영화기획사 NS21을 설립해 남북 영화 교류를 추진했고, 2003년에는 월간 ‘민족21’의 회장 겸 공동발행인을 맡는 등 남북 간 문화예술 교류에도 힘썼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18일 오전 9시, 장지는 신세계공원묘원이다. 02-2258-5940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