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3일부터 14일까지 한중일 3개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를 방문한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으로 일본을 거쳐 한국에는 7일 오전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 뒤 8일 오후 다음 순방지인 중국으로 떠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보장하려는 국제사회의 결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국빈방문(State Visit)은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이후 25년 만이다.
순방 일정을 보면 하와이 미 태평양사령부를 시작으로 주일미군과 주한미군 기지를 찾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군사옵션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보와 경제 동맹국인 우리에겐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도 양국 정상끼리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1993년 빌 클린턴 이후 24년 만에 국회 연설도 한다. 백악관은 “한미 양국의 지속적인 동맹과 우정을 확인하고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데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의기관인 국회 연설을 통해 미국의 압박정책에 대한 한국민의 공감대를 넓히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여야를 떠나 한미동맹을 통한 최고의 대북 압박에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통 크게 담판에 나서 양국이 안보와 경제에서 윈-윈 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확신을 트럼프에게 심어주길 바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자택을 찾아가면서까지 공을 들였다. 지금은 아베 총리를 ‘신조’라고 부르는 막역한 사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도 ‘프렌드’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정상 간 친밀감은 왕왕 껄끄러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된다. 트럼프 방한은 일본과 중국 방문 사이에 끼어 있다. 한국이 경유지 정도가 돼선 안 된다. 이번에야말로 트럼프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일본과 중국 못지않음을 각인시켜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