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신속 수사’ 의지
문무일 검찰총장이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총장은 ‘적폐청산’ 수사가 확대되면서 검찰 안팎에 피로감이 커질 것 같다며 인력을 늘려 수사를 빨리 마치겠다고 밝혔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문 총장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를 길게 끌면 피로감이 커질 것 같아서 시한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내부적으로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대한 빨리 마치는 것을 목표로 수사팀 증원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 “적폐청산 대검-수사팀 온도차”
문 총장은 또 “정부의 여러 위원회나 개혁위에서 논의, 검토한 사안들이 하나둘씩 검찰에 넘어오는 상황이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국방부 군 적폐청산위원회,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등 각 부처의 적폐청산 기구들은 과거 정권에서 의혹이 있었던 사건에 대해 연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있다.
이날 문 총장의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적폐청산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 단기간에 결론을 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이상 검찰에 적폐청산 책임을 떠밀지 말라’는 항의의 뜻도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총장의 발언은 최근 검찰 내부의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한 일선 검찰청의 부장검사는 “검찰의 핵심 역량이 검찰의 본분인 민생 안정이 아닌 전전 정권, 전 정권 적폐청산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이런 식으로 전 정권 수사만 하다가는 영영 ‘정치검찰’ 꼬리표를 못 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대검과 적폐청산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사이에 ‘온도차’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법원이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 외곽팀’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이 자신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그 같은 일을 벌인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 법무부와 공수처 문제도 이견
문 총장의 발언은 법무부의 공수처 설치안이 자신들의 뜻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검은 향후 국회에서 공수처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면 그때 가서 구체적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