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처음 파견된 해외 사관학교도 독일 육사였다. 독일 육사 위탁교육은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의 서독 방문에 대한 독일 측 선물이었다. 서독의 군사원조로 이듬해 육사 24기 생도 2명이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지금까지 50여 명이 독일 육사를 거쳤고, 이들 중에서 국방부 장관도 2명(김태영 김관진)이나 나왔다. 이들은 독일 군사철학과 전략·전술을 한국군에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장 지휘관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임무형 지휘’와 자유·민주주의·법치의 원칙을 군에 정착시킨 ‘내적 지휘’ 개념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8월 국군기무사령부가 김관진 장관의 독일 육사 후배들에 대한 인사 특혜를 고발한 청와대 직보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에 따르면 독일 육사 출신은 흠이 있거나 역량이 떨어져도 진급시켜 요직에 임명했으며, 육사 35∼42기 독일 육사 출신 7명 중 교수·무관을 제외한 5명이 1, 2계급씩 진급했다고 한다. 거기엔 얼마 전 ‘공관병 갑질’ 논란을 빚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박찬주 육군 대장(육사 37기)도 당연히 포함됐을 것이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