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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자서전 써 드리기’ 봉사활동… 공부 스트레스 잊고 인생 배우는 기회로

입력 | 2017-10-19 03:00:00

[우리 학교에서는]




영주여고 2학년 김혜원 양(오른쪽)이 자서전 주인공인 임인례 할머니와의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영주여고 제공

고등학생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 비교과 과목까지 챙겨야 한다. 이런 무한경쟁의 현실 속에서 학생들이 남의 삶에 관심을 가질 여유를 갖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경북 영주여고에서는 기분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영주여고만의 특별한 봉사활동인 ‘어르신 자서전 써 드리기’ 활동 덕분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자서전은 대단한 업적이 있는 사람이나 남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삶을 사신 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우리 활동의 주인공은 소백산 자락 오지마을이나 우리 지역 요양원에서 지내시는 평범한 어르신들이다. 누구도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는 그분들의 삶을 영주여고 학생들은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듣고 기록했다.

쉽게 생각했지만 이 활동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학생들이 어르신들을 만나려면 소백산 너머까지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했다. 그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 어떤 날에는 어르신들과 약속을 정하고 찾아갔는데도 장날과 겹쳐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6·25전쟁을 직접 겪으신 임인례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 삶의 많은 부분에 전쟁의 아픈 기억이 살아 있었다. 또 가정을 꾸리고 나서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 삶은 고단했다. 강원 영월과 영주의 장터에서 배추를 팔면서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로 수십 년을 살아왔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할머니의 삶이 누구보다 대단했고, 삶의 의지가 가득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항상 힘들다며 불평과 불만을 내뱉는 철부지였던 나는 할머니의 인생에 대한 숙연함에 고개가 숙여졌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모아 ‘재 너머 마을’이라는 자서전 모음집을 펴냈다. 나는 부족한 실력이지만 진심을 담아 한 자씩 적어 나갔고, 임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래, 나도 소녀였지’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우리는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알게 됐고, 타인의 삶에 공감할 기회를 가졌다. 봉사를 목적으로 시작한 활동이었지만 영주여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됐다. 또 학생들은 이 결과물로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주관한 ‘엄마 아빠 자서전 쓰기 대회’에서 교육부장관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어르신 자서전 써 드리기 봉사활동’은 우리 학생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영주여고 학생들은 영주시 노인복지관의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또 한 번 뜻깊은 만남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혜원 영주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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