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퍼지는 IS 잔당들 숨은 대원들 지속적 저항-테러 우려… 시내 수천개 지뢰-난민지원도 과제 외국인 전투원 아프간 등으로 이동… 현지 극단주의 세력과 연대 가능성 잔인한 주민 처형-어린이 세뇌교육… 점령지서 남겨놓은 상처 후유증 커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IS가 2014년 1월 장악한 뒤 3년 9개월 동안 최대 거점지로 삼아 왔던 시리아 락까에서 17일 패퇴했지만 IS로 인한 위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거점지였던 락까와 이라크 모술(올 6월 탈환) 탈환은 IS의 물리적 기반이 붕괴됐다는 것을 보여줄 뿐 완전 퇴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크 린치 조지워싱턴대 중동학연구소장은 이달 초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IS에 대한 군사적 승리 뒤 또 다른 반란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꼭 정치적, 경제적 재건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락까 탈환 등이 IS 퇴치를 위한 첫 단계에 불과할 뿐 구조적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이다.
가장 가시적인 위험은 IS 잔당들의 지속적인 저항과 테러다. 당장 락까 종합운동장 지하 터널에서 최후의 저항을 했던 IS 전투대원 수십 명이 전부 제거됐는지는 불분명하다. 국제동맹군 대변인인 라이언 딜런 미군 대령도 “우리는 이 도시의 작은 주머니 안에 IS 전투대원들이 아직 숨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락까에 남아 있는 수천 개의 지뢰와 부비트랩(위장폭탄), 난민들에 대한 식량과 의료 지원도 만만찮은 숙제다.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위험도 있다. 이른바 ‘외국인 테러 전투원(FTF·Foreign Terrorist Fighter)’으로 불리는 시리아와 이라크 이외 지역 출신 지하디스트들이 전 세계로 흩어지는 것. 이미 FTF들이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한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파키스탄 등으로 대거 이동해 현지의 극단주의 단체와 연합함으로써 새로운 국가 형태의 조직을 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하지만 경제 침체나 부의 불평등 같은 사회불안 요소가 많은 튀니지와 모로코 출신 FTF들이 자국에 돌아가 소요 사태 등을 기획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국방은 물론이고 법, 화폐, 교육 제도까지 자체적으로 운용했던 ‘칼리프 국가’가 존재했다는 건 포기할 수 없는 성과”라며 “어떤 형태로든 이를 재현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발성 테러 위협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S의 영향력은 ‘2015년 프랑스 파리 테러’와 ‘2016년 벨기에 브뤼셀 테러’ 같은 대형 테러들을 통해 확대됐다. FTF들의 확산은 언제든지 세계 각지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테러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IS는 오랜 기간 자발적으로 테러를 저지른 뒤 중앙에 보고하는 ‘선 테러, 후 보고’ 시스템을 인정해 왔다”며 “IS 중앙지도부가 무너진 건 통제나 협상이 더 어려워졌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락까와 모술 같은 거점지에서 잔인하게 주민들을 처형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극단주의를 세뇌시키는 교육을 강하게 실시한 것도 IS로 인한 구조적인 후유증으로 꼽힌다.
IS는 자신들이 장악했던 지역에서는 비(非)이슬람교도를 증오하고, 중앙정부를 적으로 여기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수학 교과서에서는 기독교 상징인 십자가를 연상시킬 수 있다고 ‘더하기(+)’ 표시를 없애기도 했다. 이라크에서는 모술 탈환 뒤 일부 어린이들이 이라크의 국기를 보고 ‘적의 깃발’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큰 충격을 줬다. 유니세프 등은 IS 점령지역 어린이들의 학습능력 저하나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한 사회 부적응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에서 IS 확산 억제에 큰 역할을 해온 이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고, 쿠르드족 독립 등 새로운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IS 붕괴 뒤 재정비 작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