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곳을 개발하면 원주민이 싼 거주지로 옮겨야 하는 일은 세계적 현상이다. 6월 ‘불지옥(inferno)’으로 불릴 정도로 대형 화재가 일어났던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는 중동 출신 가난한 이주자들의 게토(ghetto)였다. 독일 베를린 역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벌금을 물리는 등의 방법으로 임대료 인상을 억누르고 있지만 주택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임시조치일 뿐이다. 임대료 인상과 원주민 이주는 개발이 낳은 이란성 쌍둥이라고 하겠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1964년 런던 서부 주거지역이 재개발되면서 중산층이 들어와 저소득층을 몰아내는 현상을 정의한 용어다. 중산층을 지주계급인 젠트리(gentry)로 보고 지주계급과 하층계급의 주거 갈등구도를 설정한 것은 글래스가 마르크스주의자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립국어원은 ‘둥지 내몰림’이라고 순화했다. 원주민이 쫓겨나든, 영세상인들이 몰려나든, 가난한 예술인들이 떠나든 젠트리피케이션은 사람의 온기와 골목의 정겨움까지 사라지게 한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