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안녕달 지음/52쪽·1만2000원·사계절
크고 작은 동네 골목마다 숱한 메리가 있다. 수많은 영어 이름 가운데 왜 하필 ‘메리’가 그렇게 유독 많은 강아지들에게 붙여졌는지는 짚어 헤아릴 길 없다. 검고 희고 곱슬곱슬하고 뭉실뭉실하고 껑충하고 작달막한, 메리들.
이야기 속 아버지가 얻어 온 하얀 강아지에게도 할머니는 대뜸 메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할머니 집에는 다 자란 또 다른 메리가 있다. 그 개가 태어나기 전에 할머니가 키우던 개도 메리였다.
“사실 할머니 동네 개들은 다 메리야.”
메리가 낳은 강아지들은 동네 슈퍼 할아버지와 옆집 소녀 품에 안겨 차례로 어미를 떠난다. 저마다의 주인에게 특별한, 또 다른 메리가 되어.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