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폭위 성폭력 심의 건수, 작년 539건으로 4년새 5.8배
13일 서울 영등포구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서울 동작구 H초교 5학년 여학생들이 몸에서 일어나는 2차 성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있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제공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고 커지고요. 이때는 등만 툭 쳐도 온몸이 아픈 친구도 있어요. 또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한 학생이 “음… 피가 나온다고 엄마가 그랬어요”라고 하자 다른 여학생들은 놀랐다는 듯 이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초등생이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는 성폭력·성추행 사건이 급증하면서 초등생 대상 성교육 기관이 북적이고 있다. 전국청소년성문화센터 58곳이 모인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에 따르면 초등생 수강생은 지난해 한 달 평균 5만3800여 명(연말까지 64만6602명)이었지만 올해는 5만6600여 명(9월 말까지 50만9437여 명)으로 늘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아하센터’ 역시 올해 초등생 대상 성교육은 이미 마감됐다. 아하센터의 지난해 전체 성상담 건수는 2015년보다 줄었지만 초등생 상담은 2015년 146건에서 지난해 218건으로 늘었다. 초등 5학년 딸을 둔 엄마 양모 씨(41)는 “스마트폰으로 야한 동영상을 돌려보는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며 “아이의 발육이 빠른 편이라 이래저래 걱정이 돼서 최근 아이 친구들과 ‘소규모 그룹 성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들 가진 엄마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초등 4학년생 아들을 둔 이모 씨(42)는 “경남 여교사 사건을 보니 남자 아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성교육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성폭력사안 심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생 대상 심의 건수는 539건으로 2012년(93건)에 비해 5.8배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나 게임커뮤니티 등 성인물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성폭력 성추행이 ‘저연령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초등생 성폭력 성추행의 특징은 성을 바라보는 판단 기준을 정립하지 못한 채 1인 인터넷방송 진행자(BJ)의 발언을 따라하거나 성인물을 모방한다는 점이다. 여학생들조차 성인물 속 왜곡된 여성상을 그대로 수용한다. 박현이 아하센터 부장은 “잘못된 성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성교육과 미디어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부모의 정서적 돌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