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리스타트 잡페어/함께 만드는 희망 일자리]<1> ‘제2 인생’ 향해 다시뛰는 사람들… 31일, 11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대기업 퇴직 후 전문성을 살려 중소기업에 취업한 최재영 씨가 21일 서울 중구의 한 교육센터에서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심사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
대기업(포스코ICT)에서 잘나가던 보안 전문가 최재영 씨(52)의 이야기다. 지난해 1월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을 했고, 한 정보기술(IT) 중소기업에 들어갔지만 임금이 체불되며 이내 그만뒀다. 직무를 바꾸려고도 해봤으나 50대의 나이엔 무리였다. 아내가 간호조무사 일을 재개했지만, 수입이 적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돌려 막으며 지내야 했다. 31일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틀간 열리는 ‘2017 리스타트 잡페어’는 최 씨와 같은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여성, 청년 등 취업 취약계층에 특화된 일자리 박람회다.
○ 일자리로 희망 찾은 신(新)중년
인턴으로 입사한 최 씨는 이내 발군의 능력을 보였고, 12월부터는 정규직으로 전환돼 일할 예정이다. 비록 월급은 이전 회사의 절반 수준이지만, 소중한 일터다. 그는 “자기의 능력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며 “재취업 핵심 역량을 미리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퇴직한 뒤 4개월 만에 재취업에 성공한 김도영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장이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센터에서 퇴직 예정 직원들을 상대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국민은행 지점장으로 지난해 7월 명예퇴직한 김도영 씨(58)는 ‘신중년 재취업’의 대표 사례다.
김 씨는 2014년 1월 임금피크에 들어갈 때부터 재취업을 준비했다. 은행원 35년, 사내강사 경력 등을 활용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후배들의 전직을 돕는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 퇴직하자마자 노사발전재단에서 사회공헌 전문위원으로 3개월간 근무했고,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퇴직 설계 과정 등 관련 교육을 착실히 받았다.
○ 청년과 여성도 일자리로 리스타트
고향인 전북 고창군에서 새 일자리를 찾은 엄정우 씨가 농촌체험 테마파크인 상하농원 텃밭 체험장 앞에서 호박을 들고 서 있다. 상하농원 제공
엄 씨는 농원을 찾아온 학생이나 가족들에게 텃밭이나 유리온실에서 농촌체험 교육을 한다. 참가자들에게 만화 ‘정글북’의 주인공 ‘모글리’로 불린다는 그는 “햇볕에 얼굴이 많이 타서 외국인처럼 보이는지 ‘외국인이 한국말을 참 잘한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며 웃었다. 그는 “몸은 고되지만 고향에 와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일하는 게 좋은 점이 많다. 또 고향을 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리스타트’도 활발해지고 있다. 조영순 씨(51·여)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숙박 앱 ‘야놀자’가 운영하는 ‘하우스키핑 코디네이너 인재양성 과정’을 밟았다. 어린이 교육교재 영업직 경험만 있었던 조 씨에게 침대 시트와 이불을 가는 것처럼 몸을 쓰는 일은 처음이었다. 교육 수료 후 그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하우스키핑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외국인 얼굴만 봐도 무서웠지만 지금은 복도에서 먼저 인사하고, 약간의 영어 단어도 알아듣기 시작해 손님들과 소통이 가능하다. 외국인과 대화하는 나 자신이 스스로 놀랍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