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년 맞은 이해선 코웨이 대표
이 대표의 왼쪽 가슴엔 ‘대표코디’라 적힌 명찰이 달려있었다. 코디로서 현장을 직접 누비겠다는 의미다. 한 코디가 “이 대표가 현장 방문을 한다기에 한두 번 하는 이벤트가 아닐까 했다. 하지만 최근 서비스 도구들이 편리하게 바뀌는 등 현장의 요청에 바로 피드백이 온다”며 만족해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 대표는 코디와의 간담회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무한책임위원회’를 만들었다. 본사 임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지난주까지 39번 열렸다.
이 대표가 취임할 당시 코웨이는 위기 상황이었다. 얼음정수기 제품의 증발기(얼음을 만드는 장치) 니켈 도금이 벗겨져 나오는 사태로 제품을 회수하는 등 보상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대표는 “일반 소비재는 사용 빈도가 중요하다면, 렌털 제품은 정기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쌓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얼음정수기 파동은) 기본이 흔들렸던 일”이라고 했다.
코웨이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과감한 혁신에 나섰다.
6월 출시한 ‘아이스(AIS) 정수기’가 대표적이다. 이 정수기는 증발기를 아예 없앴다. 니켈 성분 검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그 대신 차가운 관을 지나면서 만들어진 살얼음을 압력으로 뭉쳐 얼음을 만든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정수기 사용이 뜸하면 사전 등록된 수신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실버케어 기능’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부모님 댁에서 48시간 동안 물을 쓰지 않으면 자녀에게 연락이 가는 식이다. 이 대표는 “코디들이 만난 노인들이 독거사(獨居死)를 염려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현장 얘기를 들으면 서비스 질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코웨이의 지난해 영업이익(3387억 원)은 얼음정수기 니켈 사태로 전년 대비 1200억 원가량 줄었다. 렌털료 환불과 제품 폐기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1∼6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많은 2415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반등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연초 세웠던 매출 2조6000억 원, 영업이익 4900억 원 목표에 근접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부사장, CJ오쇼핑과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지낸 마케팅 전문가다. 그의 눈은 이미 코웨이의 미래 먹을거리에 향해 있다.
첫 타깃은 인공지능(AI)이다. 그동안 축적한 막대한 고객 데이터가 무기다. 이 데이터를 AI와 연결하면 필터 교환 시점 등을 자동으로 파악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코웨이는 올해 1월 미국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AI투자를 많이 하는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를 적용한 공기청정기를 선보였다. 이 대표는 “내년 CES에서도 아마존과 협업한 시제품을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코웨이는 현재 선전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시장을 넘어 중국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올 4월 중국 광저우(廣州)에 연구개발(R&D) 생산관리조직을 만든 이유다. 지난해 코웨이 중국 법인의 매출은 140억 원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대표는 “중국은 정수기 보급률이 1%다. 환경과 건강을 중요시하게 되면서 코웨이와의 협업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웅진그룹 소속이던 코웨이는 2013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코웨이 지분 26.8%를 소유한 코웨이홀딩스가 MBK 소유다. MBK는 2015년부터 코웨이 매각을 추진했지만 얼음정수기 니켈 파동으로 주가가 떨어져 중단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