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최근 휴가를 다녀온 다른 나라 대도시 3곳과 서울을 비교해봤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계열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는 15위, 서울은 58위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나는 도쿄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 영문 표기 없는 지하철 노선도부터 종합 교통카드가 없는 것까지 교통이 영 불편했다. 수많은 식당은 카드 결제가 안 되고 15년 전 한국처럼 현금만 받으려고 했다. 또 마지막으로 도쿄의 한 유명한 먹거리 지역에서 엄청나게 큰 쥐를 몇 마리 봤다. 당연히 서울에도 쥐가 많겠지만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다. 시드니는 11위를 차지했다. 환경은 좋았고 대중교통도 잘되어 있다. 특히 대중교통을 수도 없이 많이 이용해도 청구되는 최대 금액 제도가 있어서 저렴하게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시드니는 해수욕장이 많아 자연경관은 예뻤으나, 여기저기 낙서가 많아 정돈되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불편한 것은 상가의 영업시간이었다. 영국과 똑같이 대형마트 이외에는 심야 쇼핑날인 목요일을 빼고 모든 가게들이 오후 5시나 6시에 문을 닫는다. 식당과 술집도 상당히 일찍 문을 닫는 편이다. 직원 입장에서 좋은 정책이지만 한국의 야간 영업에 익숙한 나에게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영업 방침이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시드니는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귀국 후, 출근하니 동기들이 “한국에 오기 싫었지?”라고 많이 물어봤다. 생각해보니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는 것이 아쉬운 것은 외국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휴가가 끝나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은 공식 조사에서 58등이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훨씬 더 높은 순위다.
서울글로벌센터에서는 서울에 새로 온 유학생이나 다른 외국인에게 오리엔테이션을 해준다. 각 대학을 방문해 서울 생활의 ‘꿀팁’도 알려주고, 지원 서비스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나는 서울이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인프라만 생각하면 세계 10등 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저렴하고 편한 대중교통, 빠른 인터넷,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한 치안 등등.
이렇게 살기 좋은 서울이지만 당연히 사회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들도 있다. 첫 번째는 사회적 에티켓인데 전철에서 승객이 내리기 전에 타려고 하는 것이나 불법주차 등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비사회적인 몇몇 행동들 때문에 답답한 부분이 많다.
또 회사 문화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나는 아직까지 휴가가 며칠 남아서 12월에 여자친구와 같이 영국에 가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올해 이직해서 휴가가 없다고 한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유럽에선 있을 수 없는 규칙이다. 이번에 신입 직원도 11일의 연차를 받을 수 있는 노동법 개정안이 의결되었다고 하는데, 제발 의회에서 통과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