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마취과정 문제점 수사… 유족 “큰병원 이송도 50분 지체”
“다음 치료 때 수면마취하기로 예약했는데 어떡하죠?”
주부 박모 씨(38·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둘째 아들(4)의 치과 진료를 앞두고 23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흘 전 한 어린이전문치과에서 30개월 여자아이가 수면마취 후 갑자기 숨진 사건 탓이다. 박 씨는 “일반치과는 어린아이를 받으려 하지 않아 다들 어린이치과를 간다”며 “괜찮다고 해서 일단 예약했는데 겁이 나서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20일 오전 9시 40분경 충남 천안시의 한 어린이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받던 A 양(3)이 갑자기 맥박이 빨라지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증세를 보였다. 병원 측은 근처 다른 병원에서 마취과 의사를 불러 응급처치를 했으나 여의치 않자 119구급대를 불러 순천향대병원으로 A양을 옮겼다. 그러나 2시간 40분 만인 낮 12시 20분경 숨졌다. 당시 치과 폐쇄회로(CC)TV를 보면 치료 시작 약 20분 후 의료진이 다급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은 처음 마취했을 때 아이가 움찔했고 그걸 본 의사가 마취가 잘 안 됐다고 판단했는지 추가로 마취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족은 “처음 이상증세가 발생하고 큰 병원 이송 때까지 40∼50분 걸렸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지병도 없고 먹는 약도 없는 건강한 아이가 충치 치료 받다가 시신이 됐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마취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치과의사 B 씨를 조사하고 있다.
어린이치과의 수면마취 시행은 흔한 편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소아치과 전문의는 “수면마취를 시행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며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 매뉴얼대로 제대로 대처했는지 등 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지명훈 mhjee@donga.com / 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