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유증기 폭발로 대원들 부상…전복 막는 복원장치도 고장 드러나 “언제 사고날지 몰라” 불안감 커져 선체 노후-정비 소홀 사고원인 지적
올 3월 이뤄진 해경의 자체 점검 때 고속단정의 전복을 막아주는 자가복원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선체 바깥으로 떨어져 나가 있다.
최근 해경 고속단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해경에 따르면 올 들어 해경 소속 고속단정 사고가 4차례나 발생했다. 폭발과 전복이 각각 2차례다. 올 7월에는 경남 통영시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이 폭발해 1명이 숨졌다. 소속은 다르지만 동일한 기종의 고속단정이다.
고속단정 사고가 한 해 5차례나 일어난 건 전례가 없다. 취재 결과 사고 원인으로 구조적 결함 가능성뿐 아니라 부실한 정비가 꼽혔다. 1506함 고속단정 폭발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유증기 폭발을 사고 원인으로 결론 내렸다. 해경은 503함 소속 고속단정과 해수부 어업지도선 폭발 원인도 같은 유증기 폭발로 보고 있다. 유증기는 고속단정 내부에 연료가 새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통이 있는 선체 아랫부분이 밀폐된 공간이라 유증기가 발생해도 배출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연료가 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해경은 정기 점검뿐 아니라 사고 후 전수조사까지 벌였다고 밝혔지만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고속단정을 타는 한 특수기동대원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현장 대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속단정 노후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현재 고속단정 172척 중 66척이 내구연한(7년)을 넘겼다.
뒤늦게 해경은 이달 초 전국 해경에 고속단정 안전점검표를 제작한 뒤 점검을 지시했다. 해경 관계자는 “원인에 따라 사고 예방을 위한 적절한 교육과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안전점검표 내용은 기존 정비 매뉴얼에도 있었다. 처음부터 매뉴얼을 지켰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