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 일본 비영리법인 홋토플러스 대표
‘하류 노인’이란 생활보호 기준 정도의 소득 이하로 생활하는 고령자 또는 그러한 우려가 있는 고령자를 뜻한다. 일본의 노인 빈곤율(65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1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다.
일본의 하류 노인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중소기업에서 40년간 일한 A 씨 연봉은 젊은 시절 300만 엔(약 3000만 원) 정도. 퇴직 직전에는 500만 엔(약 5000만 원) 정도였고, 민간 임대 아파트에서 독신으로 살았다. 퇴직 당시 저축한 1500만 엔과 퇴직금 1500만 엔을 합쳐 총 3000만 엔(약 3억 원) 정도의 노후 자금이 있었으므로 은퇴 후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3000만 엔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퇴직 후 7년 만에 의료비와 생활비로 금세 바닥이 난 것이다. 1년에 두 번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장기 입원과 요양 생활을 반복한 것이 원인이다. 게다가 A 씨는 국민연금만 있을 뿐 후생연금(피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적연금 제도. 수입에 따라 금액이 달라짐)에 가입하지 않아 연금 수입도 많지 않았다. A 씨는 지금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치료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데 “병이 연달아 올 줄은 몰랐다” “생활보호를 신청하다니 상상도 못했다”는 말만 연거푸 하고 있다.
관련 제도를 잘 모른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일본에는 ‘고액요양비제도’라고 하는 의료비 상한이 있어 초과분은 면제되지만 A 씨는 이를 몰랐다. 물론 지금 일본의 경우, 공적 제도만으로 안정된 노후를 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나 신속한 진단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함으로써 의료비를 억제하거나 민간보험 또는 주식 등을 이용해 노후 자금을 저축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자산을 형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사회관계자본’을 늘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의논하고 도울 수 있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 지인이 주위에 있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사회나 국가와 상관없이 실천할 수 있는 ‘하류 노인 방지 대책’이다.
일본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과제를 인지하는 것 자체가 늦어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한국은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 일본 비영리법인 홋토플러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