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덕제가 여배우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해당 여배우 A 씨 측은 이에 대해 “아쉬운 형량”이라고 평하며 “더 이상 이런 일이 영화계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옹호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배우 A 씨에 대한 배우 조덕제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는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화문변호사회 조영래홀에서 남배우 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사건의 당사자인 여배우 A 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공동위 측은 “피해자 분은 현장에 오시지 못하게 됐다. 일단 피해자가 보낸 편지를 대독하는 것으로 하겠다”며 “오늘 새벽까지도 편지를 수정하셨다. 이 자리에서 발언을 하시고 싶어 하시는 의지가 크셨다”고 말했다.
편지에서 여배우 A 씨는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기자회견에 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사건이 단순히 가십으로 되지 않고, 어떻게 성폭력이 행해지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기회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나는 경력 15년이 넘는 연기자다. 돌발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전문가다. 하지만 당시 패닉 상황에 빠져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제야 왜 피해자들이 신고나 고소를 망설이는지 알게 됐다. 나는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 연기 경력이 20년이 넘는 피고인은 동의 없이 추행을 지속했다. 사전에 상대 배우와 논의하고 동의를 얻는 것이 합의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나와 합의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 이런 것이 영화계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옹호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여배우 A 씨 측 조인섭 변호사는 이번 유죄판결의 의미에 대해 “영화촬영장에서의 연기 등으로 인한 추행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한 판결이다. 감독의 지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연기내용에 대해서 피해자와 공유가 되지 않는 이상 ‘연기에 충실한 것일 뿐이다’라는 말로는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강제추행이 인정되고 무고의 죄책까지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나온 부분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배우 조덕제는 지난 2015년 4월 영화 촬영 중 여배우 A 씨와 상호 협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조덕제는 항소심 선고에 대해 불복, 상고장과 상고이유서를 냈으며 검찰 측 역시 조덕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것과 관련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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