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두산은 포수왕국으로 통한다. 특히 주전포수 양의지(30)의 존재는 ‘안방마님’ 그 이상이다. 풀타임 첫해인 2010년부터 꾸준히 경험을 쌓으며 팀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그의 뒤를 받치는 박세혁(27)과 올 시즌 초 한화로 이적한 최재훈(28)도 경쟁력을 갖춘 포수였지만, 두산의 안방은 늘 ‘양의지와 아이들’로 통했다. 2016시즌 한국시리즈(KS) 엔트리에도 이들 세 명 모두 포함됐지만, 양의지 혼자 4경기를 모두 책임졌을 정도다.
그러나 올 시즌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의지의 부상으로 ‘위기설’이 돌 때마다 박세혁이 그 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정규시즌에 손가락 골절상을 당해 28일간 1군에서 이탈했던 양의지는 NC와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마산) 도중 허리 통증을 호소한 뒤 4차전엔 결장했다. ‘팀의 기둥뿌리가 뽑혔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두산은 무너지지 않았다. ‘준비된 포수’ 박세혁이 완벽한 ‘대기모드’였기 때문이다. 늘 백업포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녔던 그에 대해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제 (박세혁을) 백업으로 볼 수 없지”라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박세혁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박세혁의 ‘포수론’이 궁금했다. 김 감독이 “박세혁이 포수로서 성장했다”고 평가한 터라 더욱 그랬다. 대화를 나눠보니 포수에 대한 그의 철학은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확고했다.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는 김 감독의 평가는 적확했다. 무엇보다 그는 “(양)의지 형 덕분에 내가 더 열심히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의지 형이 100점이라면 나는 아직 30점에 불과하다.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특히 타자의 컨디션을 간파해 볼 배합을 바꾸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 쌓여야 가능하다. 그 ‘감’을 믿고 사인을 냈다가 얻어맞으면 충격은 두 배다. 사실 백업 선수는 주전의 존재감에 따라 그 무게감이 커지는데, 유격수 (김)재호 형의 뒤를 받치는 (류)지혁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