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수영 OCI 회장을 기억하며’ 박용성 前대한체육회장의 추도사
얼마 전 고인과 저녁을 같이했습니다. 늘 밝은 웃음과 건강한 걸음걸이를 보이셨기에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이 회장 본인도 집안 내력대로 건강하게 장수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시던 분이 어찌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십니까.
이 회장과 더욱 가까워진 계기는 올림픽이었습니다. 1981년 서울 올림픽을 유치하고 나서 정부가 추진한 체육계 개편에서 나는 유도계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 회장은 당시 빙상연맹에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스포츠계 회의가 있을 때마다 우리 둘은 의견을 나눴고 국제회의에 참석할 때도 짝을 지어 다니며 서로 의지하면서 활동했습니다.
이 회장이 빙상연맹 회장 재임 시 세운 큰 업적은 쇼트트랙 종목을 집중 육성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수많은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그 기초를 쌓았던 분이 바로 이 회장입니다.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전 두산중공업 회장
가까이에서 본 이 회장은 상도(商道)에 어긋나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 회장과 경쟁자였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이 회장은 소다회를 인천공장에서 만들어 팔았고, 우리 회사는 미국에서 이를 수입하여 팔았습니다. 같은 제품으로 같은 시장에서 경쟁을 하니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개성상인의 후예답게, 또한 나는 서울상인의 후예로서, 우리 둘은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소통했고 실무진의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 회장, 개성상인의 후예답게 항상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사셨던 평소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남기신 것들은 후손들이 잘 이어갈 테니 이제 모든 것 내려놓으시고 부디 편안하게 쉬십시오.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전 두산중공업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