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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그라운드… 우린 중기에 꽂혔다

입력 | 2017-10-25 03:00:00

[2017 리스타트 잡페어/함께 만드는 희망 일자리]<3> 꿈 찾아 中企택한 청년들… 31일, 11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24일 각자의 회사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한 김지상, 김소희, 최호준 씨(맨위쪽부터). 이들은 본인의 적성을 찾아 과감히 중소기업에 일터를 잡은 꿈 많은 청년들이다. 모두 청년인턴으로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양회성 yohan@donga.com·홍진환 기자

“어디에서 일하느냐보다 어떤 환경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이제 알게 됐어요.”

새내기 직장인 김소희 씨(26·여)는 20∼22일 회사 동료들과 일본으로 ‘플레이숍’을 다녀왔다. 김 씨 회사는 재충전을 위한 워크숍을 이렇게 부른다. 김 씨 본인이 부담하는 돈(300만 원)에 정부(900만 원)와 회사(400만 원)의 지원금을 더해 ‘1600만 원+이자’의 목돈을 만드는 ‘청년내일채움공제’도 회사 소개로 가입했다. 만기공제금을 타면 집 보증금 등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이 회사는 ‘언플러그드 데이’ 제도도 운영 중이다. 한 달에 한 번 본인이 원하는 날 2시간 일찍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한다. 이 회사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아니다. 직원 50여 명의 중소기업이자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인 ‘㈜애드이피션시’다.

○ 중소기업에 도전한 청년들

2015년 8월 국민대 언론학부를 졸업한 김 씨는 처음에 다른 친구들처럼 대기업 입사를 준비했다.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인턴 경력이 두 번 있어 대기업 취업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수십 군데 응시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류전형조차 통과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대기업 취업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을 실감했다.

실의에 빠진 김 씨에게 희망이 된 것은 애드이피션시에 먼저 입사한 후배들이었다. 그들은 “기업 크기는 상관없다. 업계 평판과 직원 복지를 고려하면 대기업 못지않다”고 말했다. 마침 김 씨는 광고대행사에서 인턴을 한 경력이 있었다. 김 씨는 올해 3월 청년인턴으로 이 회사에 입사해 6월 정규직이 됐다. 현재 인터넷광고 업무를 맡고 있다.

애드이피션시가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일과 삶의 균형)’를 직원 복지의 축으로 삼고 있어서다. 또 청년공제 가입을 적극 권유해 청년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중소기업이 흔히 겪는 인력난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김 씨는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한다는데, 일하는 환경 자체를 좋게 만들면 많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의 문도 두드릴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 및 벤처기업 전문 컨설팅 기업 ‘㈜티에스피’에 올해 6월 인턴으로 입사해 9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김지상 씨(24)는 지방대(청운대 경영학과) 출신의 불리함을 ‘취업성공패키지’(정부의 청년 취업 지원 서비스)로 극복했다. 김 씨가 군에서 제대하니 마침 대학 캠퍼스가 집이 있는 인천으로 이전했다. 김 씨는 학교에 상주 중인 고용센터 취업상담원을 찾아가 체계적인 취업 컨설팅을 받았다. 전산회계 1급 자격증도 땄다. 국가가 제공하는 전문적인 고용 서비스를 받는 게 자신처럼 학벌이나 ‘스펙’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록 80여 군데를 낙방했지만, 김 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고용센터에서 채용 공고를 알려준 티에스피에 당당히 입사했다. 김 씨는 회사의 소개로 청년공제에 가입해 차근차근 돈을 모아가고 있다. 티에스피의 초봉은 2700만 원 정도로 청년공제까지 합하면 대기업 못지않은 수준이다. 김 씨는 “서울에 있는 기업에 입사하는 건 힘들 줄 알았는데 체계적으로 준비한 덕분”이라며 “특정 분야나 큰 회사만 고집하지 말고 적성에 맞는 업무를 찾아 일단 입사한 뒤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노리자”

“이미 상장한 회사는 재미가 없고, 상장을 안 할 회사는 미래가 없지 않나요? 그래서 상장을 할 만한 회사를 찾았죠.”

최호준 씨(27·국민대 경영학과 졸업)는 애초부터 대기업보다 미래에 성장이 기대되는 중소기업을 찾았다. 그렇게 선택한 회사가 바로 전자제품 개발업체인 ‘디에스글로벌㈜’이다. 연 매출액 670억 원, 직원 340명의 중소기업인 이 회사는 최근 3년 동안 매년 2배 이상 매출액을 늘려 왔다. 최 씨는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한 지 3주 만에 이 회사의 청년인턴으로 합격했다. 인턴으로서 뛰어난 업무능력을 보여 올해 5월 같이 입사한 동기와 함께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제가 맡은 업무는 연구개발(R&D) 절차와 규정 수립, R&D 업무 지원, 내부 인사 관리, 시스템 구축, 예산 수립과 결산 등 굉장히 다양해요. 대기업에 입사했다면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었을까요? 성장하는 중소기업의 장점을 100% 흡수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가겠다는 최 씨에게 부모님도 “마음껏 해보라”며 적극 후원했다. 아들이 안정만을 좇아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이 되기보다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면서 전문가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최 씨는 청년공제를 알뜰히 모아 결혼자금으로 쓸 생각이다. 최 씨는 “자신의 적성과 전공에 맞는 일에 도전하면 성공률은 당연히 더 높아지는 것 같다”며 “청년들이 본인의 ‘소신’을 발휘할 수 있게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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