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종합대책]전문가들 정부대책 평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단 전방위적 대출 규제가 다주택자의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잡고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강도 높은 규제가 최근 시중금리 인상과 맞물려 자칫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또 소득이 높지 않은 중산층 실수요자들은 이번 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대책으로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고삐가 잡힐 것으로 전망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정부가 8·2부동산대책에 이어 다시 한 번 시장에 강한 신호를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이 적용되면 당장 다주택자 대출이나 투기 수요는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 규제가 가구 소득에 기반을 뒀다는 점에서 대출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책 방향이 명확한 만큼 전체 대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효과가 작을 수 있고, 오히려 소득이 낮거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 저소득층이 비은행권 등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원 자산분석팀장도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이 똘똘한 한 채만 남기려고 하다 보면 이미 집값이 급등한 지역은 가격이 안 떨어져서 결국 부동산 시장도 양극화 현상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나왔던 부동산 대책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아 효과가 불분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가계부채 대책 발표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굉장히 조심스럽게 발표한 흔적이 짙다”며 “취약 차주의 실질 소비력을 키워 소득주도 성장을 꾀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DTI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막판에 철회한 것도 경기 급랭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김성모 mo@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