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모습. 이곳의 초대형 화산이 폭발하면 1000㎦의 바위와 화산재를 분출하며, 이는 지구상에서 일어난 어떤 자연현상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DB
○ 인류 탄생시킨 화산 폭발
아프리카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생물이 잘 번식하고 자연환경이 좋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지요. 그리고 아프리카 원주민 사이의 유전적 다양성이 굉장히 풍부해요. 흥미로운 것은 인류는 70억 명이 넘지만 아프리카인과 아시아인, 유럽인,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의 유연관계는 다양하지 못하다는 사실이에요. 왜 이렇게 인류의 유전자는 다양하지 못할까요?
큰 재앙이 무엇이냐는 게 쟁점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지구 전역에 걸쳐 일어난 이 대학살의 주범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에 있는 토바(Toba)라는 아주 거대한 화산으로 추정됩니다.
이것은 단지 가설에 불과해요. 가설을 사실로 증명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당시 화산 폭발로 발생한 화산재를 수거해 분석해 보는 방법일 겁니다. 실제로 연구진은 토바 화산 주변에서 토양 속 화산재를 채취했고 여기서 약 5000km 떨어진 인도 중부지역 3개 지점에서도 토양 속 화산재를 채취해 당시 어떤 식물들이 살았는지 조사했어요.
조사 결과 인도에서는 양치류가 줄어줄었고 땅을 덮었던 식물들이 줄어든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이 사실은 당시 기후가 이전보다 매우 건조해졌다는 뜻이며 토바 화산 폭발로 그 전에 있었던 아열대 숲이 사라졌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인류는 7만여 년 전에 멸종 위기를 넘겼지만 또 다른 위기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밑에 있는 화산은 토바 화산보다 더 클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에 가장 거대한 화산 분화구예요. 국립공원 지하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마그마가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옐로스톤은 60만 년을 주기로 폭발했는데, 최근에 폭발한 것은 약 64만 년 전이에요. 학자들은 옐로스톤이 폭발하면 토바 화산과 유사하거나 더 큰 충격을 지구가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 화산이 폭발한다면 인류가 완전하게 멸종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해요.
○ 지금의 기후변화는 사람이 원인
현재 우리는 화산 폭발이 아니라 인류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후변화를 겪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이 빈발하고 있어 엄청난 재산 피해와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뉴스에서 꼭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입니다.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지구온난화는 지구가 따뜻해지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과거에도 반복됐습니다. 남극에서 채취한 빙하코어(극지방에 오랜 기간 묻혀 있던 빙하에서 추출한 얼음 조각)를 보면 몇 년 전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빙하코어에 함유돼 있는 가스에 이산화탄소와 메테인(메탄)의 함량이 얼마인지 분석해 보면 당시 기온을 추측할 수 있어요. 이산화탄소와 메테인은 지구를 따뜻하게 해주는 온실기체이기 때문에 그 양에 따라 지구의 기온이 달라집니다.
자연현상 때문에 기후변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지구온난화는 인위적인 현상으로 그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서 생태계 교란, 기상 이변 등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욱 심각해지면 토바 화산이 폭발할 때처럼 인류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대재난이 올지도 모릅니다.
기후변화가 급격하게 오면 생태계는 교란되어 식량 생산이 줄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도시가 잠기는 등 인류가 살기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고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로 줄여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수종 상암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