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절과 물은 그리 가깝지 않다. 물을 거느렸다고 해도 계곡 가장자리 정도다. 그런데 오어사만은 다르다.계곡을 막아 물을 가두면서 절 턱밑까지 호수가 찼다. 사진 가운데 노란 은행나무 두 그루 사이로 설법전 지붕만 살짝 보인다.
그런데 막상 떠나려니 고민이 앞선다. 갈 곳이 너무 많은 탓이다. 그래서 꼭 집어 추천하는 곳. 남쪽동해안의 포항이다. 》
이 계절에 굳이
단풍절색의 진경산수 현장 내연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가의 절 오어사
천하의 원효대사도 알 수 없는 게 있었다. 그래서 도력 높은 스님에게 캐묻고서야 화엄 세상
겸재의 진경산수화 ‘내연삼용추’의 현장인 청하골의 용추폭포.나머지 폭포 하나는 용소출구에 걸려 있는데 사진엔 드러나지 않았다.
어느 날 두 스님이 절 앞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는 바위에 나란히 앉아 똥을 누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혜공의 것은 똥이 아니라 물고기였던 것. 놀란 원효를 향해 혜공은 이렇게 말했다. ‘산더미 같은 경론을 섭렵했다 한들 그걸로 제 한 몸 부귀영달만 탐한다면 이렇듯 귀한 음식을 똥으로 만드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라고. 나 ‘오’(吾) 물고기 ‘어’(魚)의 오어사란 이름은 그렇게 태어났다.
지난 5월 동빈내항에 수면에 들어선 캐릭터 해상공원.
이 절은 동시대의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됐다. 당시엔 계곡 산중턱이었다. 하지만 계곡을 막아 저수지(오어지)를 조성하면서 물이 차올라 지금은 물가의 절이 됐다. 그런데 그 풍경이 절경이다. 그건 산중턱 암자 자장암에서 잘 조망된다. 온통 단풍든 산중의 호숫가에 들어선 이 절의 풍광. 아마도 우리 불교사찰 중에 최고가 아닐 까 싶다. 경내 장독대 앞엔 이 물을 건너는 다리가 있다. 물 건너로는 산길이 이어지는데 또 다른 암자 원효암 가는 길이다. 원효 자장 두 스님은 이렇듯 마주한 산자락에 암자를 짓고 교류했다. 그런데 당시엔 다리가 없어 오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원효 스님이 다리를 놓자고 했단다. 그게 구름 ‘운’(雲) 사다리 ‘제’(梯), 운제산이란 작명의 배경이다. 절 앞 오어지(저수지)의 호반은 숲이고 그 물가로는 멋진 둘레길(7km)이 있다. 단풍숲 속으로 호숫가를 걷는 멋진 코스다.
죽도시장의 어물전과 횟집골목.
포항에도 볼거리는 있다
형산강교에서 바라본 포항제철 야경.
동빈내항에 최근 개장한 캐릭터 해상공원(남구 송도동)도 볼만 하다. 여러 개의 폰툰(Pontoon·대형평면부이·buoy)을 결합해 물위에 조성한 밧지 위의 공원으로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음악분수가 설치됐다. 밤엔 조명쇼도 펼치고 워터스크린 영상쇼도 펼친다. 영일만의 구룡포와 호미곶(포항운하에서 37km거리)은 포항여행길에 참새방앗간 격 관광지. 어업전진기지 구룡포에선 제철 맞은 과메기(사진)가 익어가고 호미곶(요즘 포항에선 ‘호미반도’라 호칭)은 해맞이의 명소. 포항시내에서 하룻밤 유숙한다면 한 밤중 형산강교에도 들러보자. 환하게 불 밝힌 포항제철 야경이 여행자를 반겨줄 것이다. 포항에선 온천욕도 즐길 수 있으니 잊지 마시기를.
포항명소 오어사: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로 1.
내연산 12폭포: 청하골의 보경사가 들머리. 폭포의 낙차는 7~30m. 주차는 내연산 군립공원 주차장(주차비 4000원). 보경사~연산폭포(2.4km)만 걸어도 좋다. 왕복 2시간가량소요. 포항시내~국도7호선(북쪽 31km).
보경사: 북구 송라면 보경로 523. 문화재구역 입장료(3500원)를 징수한다.
온천 영일만온천: 오어사에서 11km. 남구 대송면 운제로 386번길 21.
연산온천파크: 보경사 사하촌에 있다. 포항크루즈: 포항운하와 영일만바다를 아우르는 도심형 크루즈. A코스(8km·40분·1만원)와 B코스(6km·30분·8000원)가 있다. 운항(46·57인승)은 오전10시~오후5시, 신분증 필요.
황지연못주점: 싱싱한 생아귀로 찜과 탕을 내는 대도동주점가의 소박한 식당. 영업은 오후3시부터.
이벤트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걷기 축제: 28일 오전8시반 청림운동장 출발. 호미곶광장까지 25km. 상세안내 및 참가신청은 포항시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