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 전기를 만들기 시작한 원자력발전소이자 가장 먼저 현역에서 은퇴한 원전인 고리 1호기. 동아일보DB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16년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총 31개국입니다. 이들 나라는 (동)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북미에 주로 분포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입니다.
이 31개국 가운데 전체 발전량 중 원자력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프랑스입니다. 프랑스는 전체 전기 생산량 중 4분의 3에 약간 못 미치는 비율(72.3%)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슬로바키아(54.1%), 우크라이나(52.3%), 벨기에(51.7%)가 전체 전기 생산량 중 과반을 원자력 에너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은 30.3%로 12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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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라마다 총 전기 생산량이 다르기 때문에 이 비율을 ‘절대 숫자’로 바꾸면 순위도 달라집니다. 이러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원자력 발전량이 많은 나라가 됩니다.
그렇다고 독일이 소위 신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전기가 적은 것도 아닙니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독일은 2015년 전체 전기 생산량 중 16.6%를 풍력(8.0%), 바이오연료(5.4%), 태양열(3.2%)로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원전 비율(13.1%)보다 더 많은 양입니다. 탈 원전이 아주 무모한 계획만은 아닌 겁니다.
독일 해안가에 위치한 풍력발전소. 동아일보DB
여기에 탈(脫)석탄까지 변수로 넣으면 계산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과정을 통해 탈 원전, 탈 석탄, 신 재생에너지 확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2015년 IEA 자료를 보면 한국은 전체 발전량 중 42.8%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비율(29.8%)까지 합치면 전체 전기 중 72.6%가 석탄과 원자력에서 나왔던 겁니다. 반면 소위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3%밖에 되지 않죠.
물론 정부는 2038년까지 유예기간을 뒀습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원전을 대체할 발전 방식을 찾는 게 맞다는 데도 동의하는 분들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 그래도, 그래도 말입니다. 정말 21년이라는 시간이 이 비율을 뒤집기에 충분한지 궁금한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 참고로 독일은 전체 전기 중 44.4%를 석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