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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비키니] ‘탈 원전’ 가능할까…원전 발전량 1위 프랑스, 한국은?

입력 | 2017-10-25 17:07:00


한국에서 처음 전기를 만들기 시작한 원자력발전소이자 가장 먼저 현역에서 은퇴한 원전인 고리 1호기. 동아일보DB

정부는 현재 24기인 원자력발전소를 2038년까지 14기로 줄이는 ‘탈 원전 로드맵’을 확정해 24일 발표했습니다. 원전 10기가 줄어들면 발전량도 줄어 들 테고, 그러면 이렇게 부족한 전기를 다른 원료로부터 만들어야 할 터. 이게 가능한지 알아보려면 먼저 현재 한국이 원자력으로 어느 정도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16년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총 31개국입니다. 이들 나라는 (동)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북미에 주로 분포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입니다.


이 31개국 가운데 전체 발전량 중 원자력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프랑스입니다. 프랑스는 전체 전기 생산량 중 4분의 3에 약간 못 미치는 비율(72.3%)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슬로바키아(54.1%), 우크라이나(52.3%), 벨기에(51.7%)가 전체 전기 생산량 중 과반을 원자력 에너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은 30.3%로 12위입니다.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은 전체 발전량 중 2.2%만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죠.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를 경험한 우크라이나는 절반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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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라마다 총 전기 생산량이 다르기 때문에 이 비율을 ‘절대 숫자’로 바꾸면 순위도 달라집니다. 이러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원자력 발전량이 많은 나라가 됩니다.

제일 눈에 띄는 나라는 역시 미국. 31개 나라 중 유일하게 세 자리 수 원자로(100개)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답게 원자력 발전량도 압도적입니다. 그밖에 눈에 띄는 나라가 있다면 역시 독일이죠. 독일은 2011년 탈 원전을 선언한 뒤 원전 8곳이 가동을 멈추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원자력 발전량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렇다고 독일이 소위 신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전기가 적은 것도 아닙니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독일은 2015년 전체 전기 생산량 중 16.6%를 풍력(8.0%), 바이오연료(5.4%), 태양열(3.2%)로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원전 비율(13.1%)보다 더 많은 양입니다. 탈 원전이 아주 무모한 계획만은 아닌 겁니다.

이번에도 비율을 절대 숫자로 바꾸면 2015년 독일이 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는 총 16만2487GWh(기가와트/시)입니다. 지난해 한국 원자력 발전량(15만42307 GWH)보다 더 많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이 무조건 독일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다른 건 차치하고 풍력과 태양열은 국토 면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독일(35만7114㎢)은 한국(10만339㎢)보다 3.6배 가까이 큰 나라입니다.

독일 해안가에 위치한 풍력발전소. 동아일보DB


여기에 탈(脫)석탄까지 변수로 넣으면 계산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과정을 통해 탈 원전, 탈 석탄, 신 재생에너지 확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2015년 IEA 자료를 보면 한국은 전체 발전량 중 42.8%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비율(29.8%)까지 합치면 전체 전기 중 72.6%가 석탄과 원자력에서 나왔던 겁니다. 반면 소위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3%밖에 되지 않죠.


물론 정부는 2038년까지 유예기간을 뒀습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원전을 대체할 발전 방식을 찾는 게 맞다는 데도 동의하는 분들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 그래도, 그래도 말입니다. 정말 21년이라는 시간이 이 비율을 뒤집기에 충분한지 궁금한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 참고로 독일은 전체 전기 중 44.4%를 석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