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기 공식 개막]상무위원에 측근 대거 포진
시 주석은 서열 2위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차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양(汪洋) 부총리(차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예상), 왕후닝(王호寧) 신임 당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趙樂際) 신임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한정(韓正) 상하이시 당서기(차기 상무부총리 예상)의 이름만 서열 순으로 밝혔다. 이어 리 총리만 “18기에 상무위원이었다”며 다른 상무위원들은 18기에는 상무위원보다 격이 낮은 “정치국 위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언론을 통해 (이들의 직책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겠다”며 넘어갔다. 시진핑 집권 1기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시 주석의 모든 일정을 빠짐없이 수행해온 ‘복심’ 리잔수는 시 주석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를 치며 시 주석의 눈치를 계속 살폈다.
시 주석과 나머지 상무위원 6명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7명 중 5명이 신입인 지도부가 시 주석의 친위부대로 구성됐으며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이어온 집단 지도체제의 전통이 깨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의 후계자를 분명하게 하지 않은 새로운 지도부를 선보였다”고 전했다.
리잔수가 상무위원장을 맡을 전국인대에서는 당이 결정한 정책을 입법화하며 헌법 개정, 법률 제정, 국가주석 등 지도부 선출 등도 이뤄진다. 시 주석이 제시한 2020년 샤오캉(小康·모두가 풍족함) 사회 전면 건설,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기본 건설을 위한 각종 민생 정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책 집행력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그가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홍콩, 마카오 감독도 맡아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지역에 대한 시 주석의 통제와 간섭을 강화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키신저’로 불리는 왕후닝 역시 시진핑의 해외 순방 때 리잔수와 함께 빠짐없이 수행한 정책 브레인이다. 25일 1중전회에서 중앙서기처 서기로 임명된 그는 성(省)이나 직할시의 당 서기 경험이 없는 학자 출신으로 최고지도부까지 승진한 이례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시 주석이 사회주의 사상의 약화를 우려하며 사상과 통제 강화를 매우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시진핑에게는 꼭 필요한 인물이다. 왕후닝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시 주석의 통치사상을 모두 정립한 국가권위주의의 옹호자이다. 새로 당 헌장에 포함된 시 주석의 통치사상을 당과 사회에 선전하며 통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자오러지는 반부패 사정과 정적 숙청을 통해 시 주석의 권력 안정을 보장하는 ‘칼날’ 역할을 맡았다. 시 주석은 18일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도 “당의 사상이 순결하지 못하다”며 2기에도 반부패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자오러지는 시진핑 1기 당 중앙조직부장으로서 중국 권력 핵심 고위직 400여 명의 인사를 담당했기 때문에 이들을 감시, 통제, 조사하는 데도 적격이다.
왕양은 후진타오계로 분류되지만 시진핑 1기 5년간 경제 업무, 빈곤 퇴치 등에서 시 주석의 신뢰를 받아 여러 요직을 거쳤다. 한정 역시 장쩌민계(상하이방)로 분류되지만 시 주석의 상하이 당 서기 시절 인연이 있고 정치적 색채가 엷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권력이 집중될수록 후계자 지정은 레임덕과 권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어 위험하다”며 “일찍 후계자를 결정하는 것은 시 주석에게 불확실성을 가져다준다”고 분석했다. 결국 시 주석이 이런 불안감 때문에 후춘화와 천민얼 대신에 자오러지와 왕후닝을 막판에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