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리스타트 잡페어/함께 만드는 희망 일자리]<4> 금융권, 스펙 타파 新채용 31일, 11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25일 서울 중랑구 용마산로 우리은행 망우동지점에서 한희찬 계장(왼쪽)이 고객에게 금융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블라인드 방식’을 통해 채용된 그는 입사 비결로 끈기와 소통 능력 등을 꼽았다. 우리은행 제공
2015년 11월 우리은행에 입행한 한희찬 계장(29)은 나얼 같은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오디션을 다니며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잠자리에 들 때면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떠올렸다. 그는 서울 한 대학의 건설디자인 관련 학과에 진학했지만 이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막기 위한 ‘일종의 면피용’이었다.
대학 입학 후 기획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가수 지망생 생활을 시작했다. 휘성의 콘서트에 코러스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러다 군 입대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너무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 직업으로 삼지 않아도 노래는 평생 부를 수 있는데 다른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은행권 블라인드·탈스펙 채용 잇달아 도입
한 계장처럼 금융 자격증이 없어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거나 직무 능력을 갖추면 입행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최근 은행권은 핀테크(기술 금융) 도입,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등으로 전통적인 영업방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출신이 다양한 인재를 발굴해 조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학력과 연령 등 지원 자격 조건을 없앴다. 그 대신 지원자들이 은행권 이슈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직무에 맞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류 전형에선 ‘아시아 TOP 10, 글로벌 TOP 50이라는 우리은행 목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등을 묻고 면접은 주제 발표, 고객 응대, 팀 프로젝트 등으로 짰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부터 ‘찾아가는 현장면접’을 도입해 부산, 대전 등 지역을 직접 찾아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하반기 채용에서 ‘4분 PR’를 도입했다. 4분 동안 지원자가 자신의 강점, 잠재력 등을 홍보하게 한 뒤 이 중에 우수자를 뽑아 서류 전형을 면제해 준 것이다.
○ “자격증 몰두하는 방식 깨야 합격”
업계는 이 같은 채용 추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은행들이 역량 위주로 사람을 뽑고 있고 이 같은 채용 방식이 국내 금융회사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으로도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비(非)아이비리그 대학 출신 중에서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한 캠퍼스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주 대형 은행인 내셔널호주은행(NAB)은 온라인 평가와 비디오 영상 인터뷰로 2500명의 신입 직원을 채용했다. 골드만삭스는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해 지원자들의 팀워크, 분석력, 상황 판단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성격 테스트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10월 31일, 11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17 리스타트 잡페어-함께 만드는 희망 일자리’에서 최근 채용 트렌드에 대한 취업 준비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예정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사회적기업, 공기업, 정부 부처 등이 참여해 130여 개의 부스를 마련한다. 각 은행 부스에는 인사팀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청년, 경력단절여성,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구직자들과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