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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주성원]스포츠의 ‘이름값’

입력 | 2017-10-26 03:00:00


몽양(夢陽) 여운형(1886∼1947)의 젊은 시절 일로 전해지는 이야기다. 하루는 동생 근농(勤農·여운홍·1891∼1973)이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만일 유방백세(流芳百世)를 못 하면 유취만년(遺臭萬年)이라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몽양은 정색을 하고 “일생을 두고 유방백세하려고 해도 어려울 텐데, 어린 네가 벌써 유취만년이라도 하겠다고 하느냐”고 꾸짖었다. 유방백세는 좋은 이름을, 유취만년은 악명을 남기는 것이다. 이런 다짐 때문인지 몽양과 근농은 모두 훗날 독립운동가, 정치인으로 ‘이름값’을 올렸다.

▷옛사람들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려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은 효경(孝經)의 ‘입신행도 양명어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스스로를 세우고 도를 실행해 후세에 이름을 날리고 부모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완성이다)’에서 나온 말이다. 유명해지는 것은 효도의 한 방편이지 부와 명예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이름(브랜드)으로 돈을 버는 시대가 됐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조사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스포츠 스타’ 순위에서 스위스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가 3720만 달러(약 420억 원)로 1위에 올랐다. 선수의 ‘이름값’이 수입이나 가치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측정한 것이라고 한다.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약 377억 원),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약 305억 원)의 이름값에도 입이 벌어진다.

▷포브스는 스포츠 이벤트의 브랜드 가치도 조사했다. 1위는 미국 슈퍼볼로 약 7485억 원이다. 2위와 3위는 각각 여름올림픽(약 4730억 원)과 겨울올림픽(약 3218억 원)이다. 이름값으로만 보면 평창 겨울올림픽은 유치와 동시에 32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이 된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 축구(약 2585억 원)보다 가치가 높은 만큼 겨울올림픽에 대한 관심도 2002년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기를 기대한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