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 열전]<1> 서열3위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청 주임은 올해 만 67세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보다 세 살 위다.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최연장자로 상무위원 연령 제한 불문율인 ‘7상8하(七上八下·당 대회 열리는 해 만 67세는 유임하고 68세 이상은 퇴임)’에 의하면 턱걸이로 통과됐다. 왕치산(王起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올해 69세로 물러난 것과 대비된다.
그가 이번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진입할 것임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시 주석 집권 1기 5년 동안 왕후닝(王호寧) 당 중앙 정책연구실 주임과 함께 시 주석의 외교 현장에서 그림자처럼 수행해 ‘왕의 두 남자’로 불릴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신형대국관계 구상 등 굵직한 외교 관계의 기본 틀은 두 사람 머리를 벗어난 것이 없다고 봐야 한다. 리 주임은 2015년에 이어 올해 4월에도 러시아에 특사로 파견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등 통상적인 중앙판공실 주임 역할 이상을 했다.
시 주석과의 오랜 인연은 리 주임의 정치적 자산의 뿌리로 거론된다. 리 주임은 1983년 허베이(河北)사범대 야간반을 늦깎이로 졸업한 뒤 허베이성 우지(無極)현 서기(1983∼1985년)가 됐다. 한 해 전 우지현 인근의 정딩(正定)현 서기(1982∼1985년)로 부임해 첫 지방관리 생활을 시작한 시 주석과 자주 만나 교류했다.
리 주임 집안은 허베이성에서 지하당원으로 활약했던 혁명가 집안이다. 넷째 할아버지는 1927년 공산당에 입당한 핑산(平山)현 제1호 공산당원이다. ‘전쟁 통지서’라는 뜻의 ‘잔수(戰書)’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한다. 숙부 리정퉁(栗政通)은 국공 내전 중 산시성에서 전사했다. 그의 가족은 시 주석의 모친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31개 성 시 자치구의 서기와 성장(자치구는 주석)만도 62명인 중국에서 최고 권력자와의 인연만으로 승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실적이 있어야 하며 큰 실책이 없어야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갈 수 있다.
시 주석이 정치인으로서 리 주임을 높이 평가하게 된 계기는 리 주임이 구이저우(貴州)성 서기(2010∼2012년)로 근무할 당시 국가부주석으로 현지 시찰을 나왔을 때라고 한다. 2011년 5월 8일부터 3박 4일간 리잔수는 시진핑의 모든 일정을 동행했다. 당시 시진핑은 리잔수의 개혁사상과 실사구시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리잔수는 이듬해 7월 중앙판공청 부주임으로 중앙 무대로 전격 발탁되어 올라온 뒤 부패 혐의로 낙마한 링지화(令計劃)의 뒤를 이어 1개월여 만에 주임으로 초고속 승진한다. 총서기 비서실장으로 ‘문고리 권력’인 당 중앙판공청 부주임에서 주임으로 이처럼 빨리 승진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리 주임은 지방 정부 근무 경험도 많아 화베이(華北)와 시베이(西北) 둥베이(東北) 등을 두루 근무한 ‘싼베이(三北) 간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리잔수는
1950년 8월생(67세), 허베이(河北)성 핑산(平山)현 허베이사범대 야간대 졸업, 스자좡 재정학교 물가전문학
1972∼1983년 허베이성 스자좡 상업국 부주임 등
1983∼1985년 〃 우지(無極)현 서기
1985∼1990년 스자좡 부서기, 허베이성 공청단 서기
1990∼1998년 허베이성 청더(承德)시 부서기
1998∼2003년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서기 등
2003∼2010년 헤이룽장(黑龍江)성 부서기, 부성장, 성장
2010∼2012년 구이저우(貴州)성 서기
2012∼2017년 중앙판공청 부주임, 주임, 정치국원
2017년 10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