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 열전]<2> 서열 6위 자오러지 기율위 서기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014년 자오러지 신임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 서기의 역할을 상징적인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반부패 사정기관인 중앙기율위는 2012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250여 명의 고위 간부 등 당·정·군 간부 140만여 명을 부패 혐의로 숙청했다. 이때 중앙기율위 서기는 자오러지의 전임이자 시 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이었다.
자오러지는 시 주석 집권 때부터 당 중앙조직부장이었다. 중앙조직부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매우 강력한 조직이다. 당·정 고위직은 물론이고 국유 기업, 언론사, 공립대학까지 4000여 명에 이르는 간부들에 대한 인사가 중앙조직부의 권한이다.
왕치산이 반부패 사정을 대표하는 ‘얼굴’이었다면 자오러지는 ‘그림자’였다. 시진핑 권력집중을 위한 정적 숙청의 도구로도 사용된 반부패 투쟁에서 두 사람은 동전의 양면처럼 사실 하나였던 것이다.
2012년 중앙조직부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시 주석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그가 최고지도부에까지 오른 가장 큰 원동력은 5년간 보여준 충성심이었다. 그는 또 빈곤 지역인 서부 칭하이(靑海)성과 산시(陝西)성 당 서기 경험을 바탕으로 시 주석의 내치 제1 목표인 빈곤 퇴치에도 조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충성심 덕분에 자오러지는 산시성 서기 때 오른팔이었던 웨이민저우(魏民洲) 전 산시성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주임이 8월 비리 혐의로 낙마했음에도 최고지도부에 올랐다.
자오러지는 시 주석과 산시성 동향이다. 칭하이성 시닝(西寧)시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산시성 시안(西安) 출신이다. 할아버지 자오서우산(趙壽山)은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의 동료였고 자오러지의 아버지 자오시민(趙喜民)은 시중쉰의 부하였다. 이 때문에 자오러지를 산시성 출신 고위 관리와 석탄광산회사 임원들로 이뤄진 ‘산시방’의 대변인으로 보기도 한다.
자오러지는 산시성 서기에 오른 2007년 시 주석이 17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후계자로 지목되자 시중쉰 묘를 성역화했다. 시 주석이 문화대혁명 시절 하방(下放) 생활을 한 산시성 옌안(延安)시 량자허(梁家河)촌 성역화도 추진했다.
자오러지는 새 상무위원 가운데 60세로 가장 젊다. 5년 뒤 차기 상무위원에서 연임 가능성을 노릴 것이다.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던 ‘미스터리’의 사나이는 이제 시 주석 2기와 운명을 같이할 숙청의 검을 잡았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